좁은 무대에서 다른 모델의 팔을 잡고 1.4m 높이에서 떨어져 상해를 입힌 시니어 모델에게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69·여)의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시니어모델인 A씨는 2021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디자이너 패션쇼에서 감독의 지시로 무대 뒤편에서 다른 조의 공연을 보면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A씨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무대 뒤쪽 가장자리로 이동해 B씨(67·여)와 나란히 서있었다. 당시 무대 바닥은 미끄럽고 높이는 약 1.4m로 꽤 높은 편이었다. 난간이나 유도등도 없이 좁은 공간에 서 있던 A씨는 갑자기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B씨는 팔뼈와 머리뼈, 얼굴뼈 등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골절과 무릎 타박상, 치아 손상 등 약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결국 A씨는 이 일로 인해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자신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거나 자신의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에는 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게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B씨의 과실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보이 점 등을 고려해 3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2심에서 무죄를 주장했고 검찰은 처벌이 가볍다는 주장을 펼쳤다.
항소심을 맡은 같은 법원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내가 떨어지는 걸 보고 B씨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A씨 주장과 달리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고, A씨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실이 없다'는 B씨 진술을 토대로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벌받은 적이 없고 사건 발생 경위에 어느 정도 참작할 여지는 있지만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고 현재까지도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죄책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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