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간다가 또다시 슬로 플레이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9일(한국시간)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부과받은 2벌타를 스코어에 더하는 걸 거부해 실격 처리돼서다.
프로골프 대회에서 ‘슬로 플레이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이들에 대한 골프 팬들의 비난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시간다에 앞서 지난주 PGA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 우승한 브라이언 하먼(36·미국)도 슬로 플레이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먼이 디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샷을 할 때마다 최대 13번의 ‘왜글’(긴장을 풀기 위해 클럽을 앞뒤로 까딱까딱 흔드는 동작)을 하며 40초나 썼기 때문이다.
통상 선수들이 샷을 하면 갤러리들은 “(공이) 홀에 들어가(get in the hole)”라고 응원하지만, 하먼이 칠 때는 “벙커에 들어가(get in the bunker)”란 야유가 나올 정도였다. 한 골프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SNS에 하먼의 왜글 장면을 올리며 “TV가 고장 난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결국 하먼은 28일 SNS를 통해 “(내 플레이 속도는) 끔찍하다”며 “처음엔 투어에서 가장 빨리 치는 선수였는데 점점 더 느려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경기위원들이 모든 선수를 따라다닐 수 없다 보니 규칙 적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21년 KPMG LPGA챔피언십 2라운드에선 마리아 파시(25·멕시코)가 슬로 플레이로 2벌타를 받자 “내가 아니라 동반 플레이어가 느렸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9년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선 아마추어 선수인 안드레아 리가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자 “무명 선수에게만 적용하는 불공평한 규칙”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런 슬로 플레이를 ‘심리전’으로 악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8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페르닐라 린드베리(37·스웨덴)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린드베리는 1박2일간 이어진 8차 연장 끝에 박인비(35)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슬로 플레이로 경고를 받은 린드베리는 연장전에선 어드레스를 취했다가 푸는 자세를 반복하며 퍼팅 한 번에 약 2분을 쓰기도 했다. 당시엔 슬로 플레이 규제가 없어 벌타를 받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슬로 플레이는 골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비매너”라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슬로 플레이를 하면 인기를 끌 수 없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