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파괴된 요즘, 나의 하루를 제3자가 돼 써봤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많은 정보를 보고 있는데,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를 돌아보니,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거의 0에 수렴한다.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 어쩌면 나의 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할 때부터 휴대폰을 멀리 해보기로 했다. 샤워할 때도 유튜브를 보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여서, 머리를 감으면서 ‘이 샤워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 시간이 너무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샤워하는 그 행위에 집중하게 됐고 여러 가지 생각까지 피어올랐다. 어제 있었던 일, 최근에 친구와 나눈 대화, 오늘 해야 할 일, 일에 관한 여러 아이디어 등등. 지루한 시간을 견뎌냈더니 나의 생각들로 차올랐다.
우리는 잠시의 지루한 시간을 못 참고 유튜브 틀고 음악 틀고 인스타를 보고 책을 펼치고 뉴스레터를 보고, 기사를 본다. 이런 외부의 정보를 소비하느라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출연한 차승원 배우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얻는 그런 시기도 있었지.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 그냥 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도 벅차.”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대화였지만,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도 삶의 방향이 ‘외부가 아닌 내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 결국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보다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 보자. 원래 내 마음속 깊은 생각들을 들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다. 연결돼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의도된 단절을 통해 겨우 되찾은, 나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작은 휴대폰 하나에 빼앗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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