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 당했다…롱쇼트·가치株펀드 눈물

입력 2023-07-30 17:47   수정 2023-07-31 00:35

주요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 성과는 처참하다. 올해 마이너스를 내거나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에코프로와 같이 폭등하는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하지 않거나 되레 이들 종목에 공매도를 친 것이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펀드를 환매하기보다 2차전지 투자 열풍이 잦아드는 시기를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롱쇼트·가치주펀드 고전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롱쇼트펀드는 올해 평균 2.5% 수익률(27일 공모펀드 기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각각 16.4%, 30.1% 오른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공모주(5.5%), 배당주(7.9%), 인컴(5%) 등의 유형도 시장 수익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헤지펀드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대표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올 들어 2.95% 손실을 내고 있다. 이 펀드는 롱쇼트 전략을 쓰는 펀드 가운데 운용자산(5785억원)이 가장 크다. ‘KB코리아롱숏’(-2.15%),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1.56%) 등도 마이너스다.

가치투자 펀드도 고전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신영고배당’ 펀드는 5.83% 손실을 내고 있다. ‘신영밸류우선주’(0.87%), ‘신영마라톤중소형주’(1.43%) 등은 마이너스를 간신히 면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중소밸류’도 3.13% 수익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이들 펀드는 각기 다른 투자 전략을 내세웠지만 손실 원인은 하나같이 2차전지 관련주와 관련이 깊다. 롱쇼트펀드들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에코프로그룹주에 대규모로 공매도를 쳤다. 가치투자 펀드는 2차전지주 쏠림 현상에 피해를 봤다. 유동성이 2차전지로 몰려들자 가치주 소외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부분의 롱쇼트펀드는 에코프로에 매도 포지션을 잡아 펀드 수익을 깎아먹었다”며 “가치주펀드는 펀드 특성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에코프로그룹주를 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벤치마크만 따라가도 다행
운용업계에선 기초지수만 따라가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 투자가 어려운 펀드 특성상 일부 업종이 폭등하면 기초지수를 따라가기 어렵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기초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나오면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차전지 주식이 폭등할 때도 기관들은 에코프로그룹주에는 손대지 못했다”며 “벤치마크 지수를 따라가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포스코홀딩스 등에 펀드 자금이 쏠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코스닥지수는 시가총액이 127조원 늘어났는데 이 중 에코프로그룹주 시총이 58조원 증가했다. 지수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에코프로그룹이 차지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에 수급을 뺏긴 유가증권시장은 2차전지,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종에서 신저가가 속출하고 있다.

가치주펀드는 성장주 장세가 끝나면 수익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장주가 쉬어가는 시기에 가치주는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다. 한 펀드매니저는 “가치주 장세가 찾아오면 손실을 자연스레 만회할 것”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투자금을 추가로 넣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절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롱쇼트펀드는 장기 성과를 따져봐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롱쇼트펀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격한 손절매인데 큰 손실이 났다면 운용상 원칙 등이 깨졌을 수 있다”며 “수익이 들쭉날쭉하거나 장기간 수익이 나지 않는 롱쇼트펀드는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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