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주사기 바늘과 혈액 보관용기 등 생의학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산업계 못지않게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환경부 소관 병원 다섯 곳(서울대병원, 아주대의료원등)에서 1년간 배출한 온실가스양은 43만8842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 관장기관인 건설사 네 곳(대우건설, GS건설 등)이 배출한 양인 28만3625tCO2eq의 1.5배를 웃돈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 내외부적으로 ‘병원도 ESG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의료사업을 할 때 해당 국가 혹은 글로벌 보험사에서 ESG 관련 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해외 유수 병원에서는 이미 ESG가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세계 ‘톱10’ 병원인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2027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30년까지 모든 폐기물을 비유해성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의료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병원의 ESG는 ‘치료 잘하는 병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병원’으로 의미를 확장하는 데 있다. ESG에 동참한 국내 병원들이 환경(E)뿐 아니라 사회(S) 영역에도 힘을 주고 있는 이유다.
이달 첫 번째 ESG 보고서를 발간한 삼성서울병원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하고 공정한 병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피 묻은 솜과 거즈, 붕대 등을 태울 때는 일반쓰레기보다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45개 모든 병동에서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진이 회진할 때 종이 대신 태블릿으로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수질오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간호사 퇴사율을 줄이고 환자에게 숙련된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간호사 유연근무제는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제도”라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채택된 후 전국 주요 병원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의료계 시각으로 ESG를 해석해 전략을 짠 병원도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국제 가이드라인 등 기존 ESG 지표를 분석해 병원 실정에 맞는 ‘고려대의료원 ESG 관리 지표’를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저개발 국가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아산 인 아시아 프로젝트’로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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