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어. 너만 손해야!’
네온사인 형태로 번쩍이는 이 문구가 시선을 강탈한다. 서울 강남대로에 커다란 문어 캐릭터가 그려진 건물로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문구다.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즐기라는 의미다. 이뿐 아니다. 공간 구석구석 통통 튀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강남 MZ 놀이터’로 자리 잡은 이곳은 LG유플러스가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30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byU+’의 누적 방문자가 이달 중순 120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일 평균 3000명이 찾을 정도로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당초 회사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흥행’이다.
일상비일상의틈byU+는 지상 6층~지하 1층 규모로 2020년 9월 문을 열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에서도 20대를 겨냥해 만든 공간이다. 주로 20대가 관심을 가질 주제로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한두 달마다 공간의 주제를 바꾼다. 레고, 방탄소년단(BTS), 삼성전자 갤럭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도 틈틈이 운영한다.
김다림 LG유플러스 마케팅전략담당은 “젠틀몬스터처럼 젊은이들이 ‘갖고 싶고 사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며 “20대가 자유롭게 이용하고 즐길 거리를 잔뜩 모아놨다”고 말했다. 이달 초엔 건물 5층을 K팝 감상 공간으로 꾸몄다.
6층까지 전 층을 돌아도 ‘LG유플러스’ 가입 상담 창구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예 LG유플러스 관련 문구도 다 뺐다. 김 담당은 “가입자가 아니어도 LG유플러스 팬덤에 들게 하려면 완장을 떼야 한다고 봤다”며 “LG유플러스가 만든 곳인 줄 모르고 이용했다가, 감동하고 팬이 되는 그림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은 LG유플러스의 역대급 마케팅 성공사례로 통한다. 20대 가입 해지율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처음에는 ‘비싼 강남땅에서 꼭 이걸 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컸지만, 이젠 다른 지역에도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점진적으로 마케팅 타깃을 확대할 예정이다. 20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뒤 30대 초반, 후반 등으로 고객군을 세분화해 맞춤형 마케팅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곳 건너편엔 삼성전자가 지난달 문을 연 플레이그라운드 콘셉트 매장 ‘삼성 강남’이 있다.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양 공간을 연계한 MZ 마케팅 실험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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