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측면에서도 대중차 브랜드 가운데 압도적인 실적을 올리며 ‘돈 잘 버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자동차 시장의 미래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우위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철저한 공급망 관리로 타격을 최소화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생산 정상화와 판매 호조세에 제대로 올라탔다. 많은 완성차 업체가 내수 중심으로 판매를 늘린 데 비해 현대차그룹은 해외 판매 호조가 돋보였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296만8181대) 증가율은 9.9%로 도요타(0.6%)를 크게 뛰어넘었다. 선진 시장인 미국·유럽은 물론 인도에서도 선두권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차 경쟁의 핵심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테슬라, BYD 등 전기차 업체가 주도하는 가운데 대부분 전통 완성차 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22만9870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약 24% 늘었다. 스텔란티스(16만9000대), 도요타(4만6171대) 등을 크게 웃돈 수치다.
전기차 시장은 대부분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 적자를 보면서 파는 구조다. 품질 안정성이 다 갖춰지지 않은 데다 생산 라인, 부품 공급망 등에 대한 투자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포드는 올해 전기차 부문에서 연간 45억달러(약 5조751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반면 기아는 이미 전기차에서도 4~6%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이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흑자를 내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전기차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관심은 전기차 중심의 시장에서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이 약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쏠린다. 전기차 대중화에 나선 테슬라가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가 자율주행 기술에선 테슬라보다 아직 열위에 있지만 높은 수익성과 막대한 재원을 통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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