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LH 아파트 15곳이나 더 나왔다

입력 2023-07-30 18:12   수정 2023-08-07 20:33

지하 주차장 공사에서 기둥을 지탱하는 보강 철근이 빠진 이른바 ‘철근 누락 아파트’ 사례가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에 이어 전국 15개 단지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무량판 설계 단지를 전수조사하자 부실시공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은 30일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철근 누락’ 단지 15곳 확인
LH는 이날 ‘LH 무량판 자체 조사 결과 및 대응 방안’ 회의에서 무량판 설계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전국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전단 보강근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량판 설계는 상부 무게를 버티는 보가 없고 기둥에 슬래브(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바닥)가 바로 연결되는 형식이다. 기둥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기둥을 지탱하는 전단 보강근이 필요하다. 콘크리트 역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충분한 강도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검단신도시 안단테 붕괴 사고 조사 결과,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전단 보강근 다수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똑같이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91개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가 이뤄졌다. 이 중 1개 단지는 보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4개 단지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뒤 보완 공사를 할 계획이다.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10개 단지에 대해서도 입주 전에 보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국토부는 민간이 발주한 아파트 100여 개 단지도 조사한다.

이 사장은 “15개 단지를 모두 조사해 한 치 의혹 없이 모두 책임지게 하겠다”며 “단지별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항이 있어 설계·감리·시공업체 리스트를 모두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LH 감독 부실 논란 불거져
LH 단지에서 대규모 부실 사례가 드러나면서 회의에 참석한 원 장관과 이 사장은 함께 고개 숙여 사과했다. 원 장관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LH라는 공기업이 지은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점이 부끄럽다”며 “설계·감리 책임자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인사 조처와 수사 고발 조치를 함으로써 앞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LH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예고한 셈이다.

특히 이번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을 두고선 “이권 카르텔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 분야에서 이권 카르텔에 대해 전반적인 혁신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LH는 4월 초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의 책임 논란에 자유롭지 않게 됐다. 지난 5일 국토부 조사 결과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모두 철근이 누락됐고, 콘크리트 역시 기준 강도에 못 미쳤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이처럼 LH 발주 현장에서 연이어 부실이 발견되며 LH는 감독 부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경기 남양주 별내 신혼희망타운에서 발견된 추가 철근 누락 사례에서도 지하 주차장 기둥 16개 중 15개에서 전단 보강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책임 소재를 두고 “시공사에 제공한 도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시공사와 감리사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공사는 “설계 도면대로 시공했다”는 입장이다. 다른 철근 누락 단지도 사정은 비슷해 향후 LH와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LH 공공택지지구인 경기 시흥 은계지구에선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온다는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 원 장관은 수돗물 문제에 대해서도 구매 책임자와 감독자에 대한 수사기관 고발을 예고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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