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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400%, 쌀 11.5%….
최근 한 달 새 인도의 식품 가격 상승률이다. 몬순(우기) 기간이 불규칙해진 탓에 작황이 들쭉날쭉해진 결과다. 통상 몬순은 매년 6~9월 시작돼 인도 전역에 골고루 비를 뿌렸지만, 올해는 일부 지역에선 홍수를, 또 다른 지역에선 가뭄을 초래하며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였다.
30년 가까이 쌀 도정업에 종사해 온 아흐메드(69)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기가 늦게 시작됐고, 지금 물이 부족하다”며 “나를 포함해 최저 소득자부터 최고 소득자까지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의 채소 도매 시장에서 일하는 지투 싱(32)은 “토마토부터 쌀, 콩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30일 FT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인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81%로,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2~6%) 내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경고를 내놨다. 주식에 쓰이는 식재료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인도 정부의 쌀 수출 금지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국내 쌀값을 낮추기 위한 결정이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해롭다(harmful)”며 정책을 뒤집을 것을 촉구했다. 인도 정부는 규제가 전체 수출량의 40% 수준인 비(非)바스마티 백미에만 한정돼 있어 충격이 크지 않으리란 논리를 폈다. 그러나 해당 발표 직후 쌀 선물 가격이 치솟았고,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 쌀값이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뛸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내년 4~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안고 있는 최대 과제다. 그가 이끌고 있는 인도국민당(BJP)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지만, 올해 말 라자스탄주,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회의(INC)에 카르나타카주를 내줬기 때문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MPRI)의 아비나시 키쇼르 연구원은 “식량 문제에 관한 한 모디 정부를 포함해 그 어떤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하지 않는다”며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가난한 인도인들의 주머니가 한껏 더 조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비 급등에 따른 민심 악화)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쌀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해 꺼내 든 수출 통제 카드는 공급자인 농부들에겐 불쾌한 정책이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펀자브주에서 쌀농사를 짓는 라즈팔 싱은 “선거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대다수 유권자를 단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농부들은 인도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유권자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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