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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경 긱스(Geeks)가 [그래서 투자했다]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박진영 뮤렉스파트너스 수석이 데이터 보호 솔루션 쿼리파이를 개발한 체커에 투자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는 제품들을 떼어놓고 일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2020년 기준 81%가 넘었고, 아마존의 영업이익 70% 이상은 AWS(Amazon Web Service)가 차지할 만큼 클라우드 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기업들의 평균 SaaS 사용 수는 11개이며, 최다 53개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다. 뮤렉스파트너스의 경우도 구글 클라우드, 슬랙, 먼데이, 노션 등 다양한 클라우드 및 SaaS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급부상한 사이버 보안 시장
특정 시장이 성장하면, 반대급부의 시장 역시 성장하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업무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각 기업의 해킹 피해는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경우 2주마다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이 발생하고, 트위터·에퀴팩스·야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매해 1억명 이상의 ID 손실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업 내 데이터 유출과 사이버테러 증가로, 매년 글로벌 기업의 사이버 보안 관련 지출은 9%씩 늘어나고 있다.이에 따라 글로벌 사이버 보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537억달러에서 2030년 4250억달러로, 연평균 13.8%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와 관련 인수합병(M&A)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테크크런치가 인용한 모멘텀 사이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20억달러였던 VC 투자금액은 2021년 295억달러로 약 146% 증가했으며, M&A는 2020년 178건(총 197억달러)에서 2021년 286건(775억달러)으로 건수 기준 61%, 금액 기준 293% 증가했다.
사이버 테러의 증가, 보안 시장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각국의 정부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소위 개인정보 보호법과 관련해 한국의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미국의 CCPA(캘리포니아 소비자프라이버시 보호법), EU의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이 존재하며, 해당 기준이 강화되고 위반 관련 과징금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GDPR의 경우 위반 시, 기업의 글로벌 매출의 최대 4%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5월 EU가 메타에 유럽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 서버로 무분별하게 전송한 혐의를 들어 13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국내 보안 시장
체커 황인서 대표와의 첫 만남은 2019년 1월이었다. 황인서 대표는 2015년 카카오 퇴사 후 이듬해 체커를 창업했다. 당시 체커는 SQL게이트라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을 개발·운영했다. 그 시기, 국내 기업의 SaaS 제품 도입은 글로벌 대비 보수적이었고, 특히 보안 관련해서는 훨씬 더 예민했다. 국내 다수 기업은 클라우드보다는 내부 데이터센터 사용이 높았던 터라 대부분의 보안 및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기업들은 주로 공공·금융 기관을 상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첫 만남 이후 체커는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미국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배치 프로그램에 한국 기업으로는 8번째로 선정됐다. 황 대표는 당시 배치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체커의 제품을 와이콤비네이터가 투자한 다수 회사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미국엔 이미 많은 보안 관련 솔루션이 존재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다시금 한국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제품 피벗을 단행코자 귀국했다.
국내 유일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보호 솔루션
2020년 초 체커는 야놀자로부터 클라우드 기반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관리, 제어 솔루션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고, 현재의 쿼리파이(QueryPie)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제품의 수준을 국내 엔터프라이즈(대·중견기업 및 유니콘 스타트업)에 맞추는 노력을 1년 남짓 기울였다.
그리고 2021년 8월, 2년 반 만에 다시 만난 황 대표와 체커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였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보안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도전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던 회사에서 야놀자, 두나무, 카카오 계열사 등 국내 대다수 유니콘 기업을 고객사로 둔 회사로 변모했다. 그간의 어려움으로 회사뿐 아니라 창업자 역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기업에 쌓이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임직원도 많아진다. 관건은 각종 채널로 들어오는 데이터가 회사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해당 데이터를 누가 보고 활용할 수 있는가다. 과정에서 관리와 규정이 소홀해지면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될 소지와 임직원에 의해 해당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체커는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데이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당시 체커의 주요 고객사인 유니콘 기업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다양한 SaaS를 쓰는 스타트업부터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까지 공통으로 적용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빠른 투자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
그날, 꼭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체커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레퍼런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존의 국내 제품은 클라우드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해외 제품은 국내 ISMS 인증에 적합하지 않아 체커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나왔다. 또 제품 자체가 우수한 것은 물론이고 빠른 고객의 소리(VOC) 수집과 업데이트가 잘 된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이렇게 두 번째 미팅 이후 내부 투자 의사 결정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뮤렉스파트너스는 당시에도 B2B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선진국 VC는 이미 B2C보다 B2B 영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고, 그중 사이버보안 분야는 급속도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던 분야였다. 그런데도 법규 문제로 인해 체커 제품의 지역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국내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이미 체커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더 큰 기업과 더 작은 규모의 회사들의 니즈가 있다고 확신했다.
결정적으로 창업가로서 황 대표의 눈부신 성장이 빠른 투자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했다. 이를 입증하듯 투자 시점인 2021년 대비 지난해 체커의 매출은 400% 이상 성장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성장에 굴곡은 있지만, 좌절은 없다
투자 이후 황 대표를 포함해 체커의 C 레벨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고 있다. 이는 뮤렉스파트너스의 투자철학 때문이다. 뮤렉스파트너스는 다수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믿고, 옳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또한, 투자 이후 회사의 성장을 위해 VC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 채용, 해당 길을 먼저 겪어본 선배 창업가와의 교류, 잠재 고객사 소싱과 연결, 펀드레이징 등을 위해 긴 호흡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편이다.일정표를 보니 황 대표와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연락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어느새 투자자와 창업자 관계를 넘어 서로 진심을 터놓는 사이가 되고 있었다.
지난해 중반쯤 황 대표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황 대표는 쿼리파이 제품 판매를 위해 많은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체커의 실적은 급증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황 대표 역시 이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대표가 직접 세일즈하는 비중을 줄여서라도 임직원과의 밀도 있는 시간을 늘리며 내부 정비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 알게 되었고, 일부 인력의 고통스러운 교체도 있었다. 그리고, 각 C 레벨의 역할과 그들이 생각하는 체커의 방향성, 황 대표의 그간 생각을 정리한 회고록을 공유받았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체커는 힘든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한 기업이 되었고, 황 대표 역시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체커는 기업 내 데이터 관리 및 제어 솔루션 쿼리파이 외에 신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그 시작은 아시아 지역 확장부터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대다수는 B2C 플랫폼이며, B2B 소프트웨어 회사는 한두 곳에 불과한 게 국내 현실이다. 체커는 2016년 창업 이후 2020년 현 쿼리파이 제품 출시, 이듬해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성장통을 겪은 이후 2023년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체커가 B2B 소프트웨어 분야의 '넥스트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보안 솔루션에 한 획을 긋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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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ㅣ 뮤렉스파트너스 수석
‘기술이 세상을 진보시킨다’는 믿음 속에 딥테크 및 B2B HW/소프트웨어 기업 발굴,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개발자로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lab에서 자율주행 프로젝트 수행 후, 2018년 가을 뮤렉스파트너스에 합류했다. ‘대표자의 성품 및 성장’, ‘스스로, 팀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얼마나 큰 꿈을 꾸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기술력’에 집중해 투자를 판단하고 있다. 뮤렉스파트너스 합류 후, 스마트레이더 시스템, 큐픽스, 체커, 두들린, 글래스돔, 바비디 등 다양한 B2B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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