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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의 풍부한 노동력과 방대한 시장,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인도 정부도 인센티브 정책을 앞세워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행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MD는 최근 인도 벵갈루루에 향후 5년간 4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디자인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마크 페이퍼마스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8일 개최된 ‘세미콘인디아 2023’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이에 따라 향후 3000개의 새로운 일자리에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AMD는 개인용 컴퓨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다양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한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인도의 강점은 숙련된 엔지니어가 많다는 것”이라며 “상당수 기업이 가장 활기찬 시장인 인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MD에 앞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마이크론도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벵갈루루에 4억달러를 투입해 엔지니어링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인도 서부 구자라트에 8억2500만달러를 투자해 D램?낸드 등 반도체 테스트 및 조립 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가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은 것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도 투자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메이드 인 인디아’에 집중하고 있는 모디 총리는 “모든 반도체 공장 설립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주 정부도 추가로 20%를 지원한다. 인도 정부는 이를 위해 100억달러(13조원) 규모의 인센티브 기금을 마련했다.
반도체 외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인도행 티켓을 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8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 고위 경영진 2명이 인도 시장 진출과 관련해 뉴델리를 찾아 인도 투자청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테슬라는 인도 정부에 현지 생산공장(기가팩토리)을 건립해 판매와 수출을 위한 저가 전기차를 만들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한 바 있다. 신차 가격은 현지 통화로 200만루피(2만4000달러)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3의 판매가가 4만 달러 초반대부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 수준이다. 테슬라는 2030년에 연간 20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앞으로 최대 12곳의 기가팩토리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선 인도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플도 성장동력의 핵심 시장으로 인도를 지목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인도 델리와 뭄바이에 첫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개장식에 팀 쿡 CEO도 직접 참석할 만큼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향후 10년 동안 인도의 1억7000만명 이상이 애플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며 “2032년 전체 애플 사용자의 10%를 인도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현재 애플의 인도 매출액 연 60억달러가 10년 내 4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제품 범주를 확장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중국이 그랬던 것만큼 인도가 향후 5년 이상 애플의 성장 알고리즘에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UN에 따르면 인도(14억2800만명)는 지난 4월 중국(14억2500만명)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됐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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