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주택이 4개월째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준공 전 미분양은 일부 소화가 되는 반면, 입지가 좋지 않거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지역의 악성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1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다만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전국에 9399가구로 전월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월 9440가구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6월 1만8560가구에서 점진적인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5월 6830가구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7000가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올 2월 8000가구를 넘어선 뒤 이제는 1만가구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6월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수도권에서 증가 폭이 지방보다 컸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992가구로 전 달보다 23.3% 늘어난 데 비해 지방에서는 7407가구로 1.8% 증가했다. 인천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677가구로 전월 대비 46.5%, 서울은 484가구로 전월보다 31.9%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방에서는 울산이 193가구로 45.1% 늘어났다.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지방이 78.8%로 수도권(21.9%)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으로 전월과 거의 비슷한 1194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분양시장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대구는 전월보다 6.3% 줄었지만 861가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경북이 846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향후 악성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지급 불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할 지표다.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지만 향후 주택 공급량을 가늠할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인허가는 올 들어 6월까지 누계 기준 18만921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 줄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 인허가 물량은 7만2297가구로 24.8%, 지방은 11만6916호로 28.5% 감소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에서 추가 공급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주택 착공 실적도 상반기에 9만249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9% 줄었다. 서울의 경우 상반기 아파트 착공 물량이 8639가구로 작년 상반기(2만5천164호)보다 65.7% 감소했다. 주택 준공 실적은 올 상반기 전국 18만922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수도권 입주가 10.6% 늘어난 반면 지방은 5.0% 감소했다.
임대차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산한 6월 전월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21만3265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0.3% 증가했다. 전세 거래량(9만7964건)이 작년 같은 달보다 7.5% 줄었지만, 월세 거래량(11만5301건)은 8.1% 늘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3%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포인트 높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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