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빼면 일본 수준…인건비 부담에 '비명'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3-07-31 14:29   수정 2023-07-31 15:54

한국의 제조업 이익률이 정체되면서 미국에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장기저성장 국면인 일본 수준에 그친다. 1960년대 이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났던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게 하락한 반면 기업 안정성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이익률, 삼전·하이닉스 빼면 일본 수준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최연교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 과장은 31일 BOK경제연구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는 한은이 지난 1962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는 '기업경영분석 보고서' 60년치를 정리해 한국 기업 재무성과의 시기별 변화를 포착한 것이다.

한국 제조업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960~1979년 9.6%에서 1980~1997년 7.3%, 1998~2021년 6.0% 등으로 하락했다. 대부분 기간에 일본기업들보다는 높고, 미국과 대만기업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기준 한국 제조업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8%로 10.0%를 기록한 미국보다 3.2%포인트 낮다. 한국 제조업 기업의 이익률은 2009년 5.8%로, 5.6%의 미국을 앞섰지만 2010년 역전을 허용한 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세계적 독과점 기업의 이익률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성과에 의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1년 18.3%로, 전체 제조업 기업 이익률(6.8%)의 세배에 이른다. 두 기업을 제외한 제조업 기업의 이익률은 5.3%로, 일본 제조업 이익률(5.2%) 수준에 그친다.

올해 삼성전자 이익이 급감하고,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제조업 이익률이 최근 더 하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치금융이 주도한 제조업 성장
지난 60년간 제조업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8.9%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6.5%를 상회했다. 제조업 기업의 매출 증가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다.

제조업 급성장은 1960~1970년에 시작됐다. 국가 주도로 수출과 중화학공업 육성이 본격화된 시기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은은 '관치금융'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다. 한은이 직접 발권력을 동원해 정부투자사업을 지원하고, 시중은행장을 은행감독원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그 결과 기업의 부채비율은 급속히 늘었지만 정부가 위험동반자로 나섰기 때문에 도산의 위험 없는 고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구조는 외부충격에 근본적으로 취약했다. 개방과 자유화 등이 본격화된 1990년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1997년말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경영을 요구했고, 금융시장은 완전히 대외에 개방됐다. 정부의 관치금융이 작동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도 부채비율 등 안정성 지표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은 크게 낮아졌다.
인건비부담 금융비용의 10배…"독보적 기술혁신 필요"
최근 기업 수익성에 부담요인으로 떠오른 것은 인건비다. 1971년만해도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과 인건비 비중은 각각 9.2%, 10% 정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2021년 금융비용은 0.7%까지 줄어든 반면 인건비는 11% 선으로 비중이 유지됐다. 금융비용보다 인건비가 10배 이상 더 든다는 의미다. 저자들도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있어 인건비가 금융비용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업 수익성 악화 흐름은 비용절감만으로는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기업과 자동차 기업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혁신과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과도한 차입금 의존도, 부채비율 등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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