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23억원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기본 대전의 대장 아파트는 둔산동 '크·목·한'(크로바·목련·한마루)이 꼽혔지만, 기존 주택단지의 노후화되면서 도룡동이 새로운 부촌으로 주목받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2단지'(357가구) 전용 134㎡는 지난달 13일 2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14억1700만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8억8300만원이 상승했다.
지난 5월 '스마트시티5단지'(351가구) 전용 171㎡는 21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년 전 최고가 16억5000만원 대비 5억4000만원이 올랐다.
실거래가 오르다보니 평단가도 대전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를 보면 스마트시티2단지는 평당가 3733만원으로 대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스마트시티5단지는 3234만원으로 3위였다. '크로바'(1992년 준공·1632가구)는 3438만원으로 2위였다.
같은 기간 대전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스마트시티' 아파트의 상승세는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월 대비 0.16%, 지난 6월 역시 0.08% 하락했다.
도룡동에 있는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둔산동 아파트에 비해 스마트시티는 10여년 된 시설 좋은 아파트라고 평가 받는다"며 "학업지보다는 고가 아파트를 찾는 고소득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크목한' 일대는 '대전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정부청사·시청과 인접한데다 학군지(한밭초)와 유명 입시학원이 밀집했다.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인프라를 감안한 수요가 꾸준했다. 하지만 1992~1993년에 준공돼 노후된데다 중대형이 대부분이어서 진입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크로바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84㎡의 경우 전셋값이 5억원대인데, 이는 서구 도안신도시나 노은동 일대에서 같은 면적을 살 수 있는 금액대다.
재건축도 가시권이 아니다보니 저렴한 매물이 심심찮게 나왔다. 지난달 1일 크로바 아파트의 전용 101㎡는 11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2021년 7월)에 13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여원이 하락한 수준이다. 2021년 8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114㎡도 지난달 11억8000만원에 손이 바뀌면서 4억원 하락했다. 목련 아파트 또한 전용 134㎡가 지난달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6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1억3000만원이 떨어진 거래였다.
스마트시티가 뜬 배경이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들이 '교육' 보다 '인프라'를 찾아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B 공인중개 관계자는 "스마트시티는 신세계백화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데다 주변 상가 및 인프라가 계속 발달하고 있다"며 "젊은 고소득층을 비롯해 노후에 마지막으로 자리잡을 집이라 생각하고 오려는 수요층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도룡동이 위치한 유성구는 대전 내 은퇴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전국 국민연금 급여지급 통계를 보면, 1인당 월 지급액 평균(2023년 3월 기준)은 유성구가 67만6001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서구 57만1711원 △ 대덕구 54만7008원 △중구 50만9239원 △동구 48만7307원 등의 순이었다. 전체 수급자 641만명의 평균 연금액은 월 56만3193원이다.
인근 주민들의 구매력을 가늠해 보는 지표로 백화점 매출도 눈여겨볼만하다. 도룡동 신세계백화점은 입점 1년 만인 지난해 롯데·갤러리아를 제치고 대전 1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 대전신세계 순매출(브랜드로부터 수취한 수수료 매출)도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368억원) 대비 25%가량 신장했다. 백화점 주변의 집값 등 인근 주민들의 구매력이 신규 점포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전=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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