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배달앱에 달린 혹평 리뷰에 일일이 사과하면서 이렇게 단 댓글들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노부부의 진심이 전해지자 이 가게엔 하루 1000건이 넘는 주문이 몰려들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이 일화는 2010년 ‘배달의민족’(배민)이 등장한 이후 배달 앱이 소규모 자영업의 세계를 어떻게 바꿔놨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구전 마케팅의 효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31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사장이 모든 리뷰에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가게는 오픈 1개월 차에 비해 4개월 차의 재주문율이 6.5배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점 주인이 이용자에게 자필로 적은 감사 메모를 보낸 경우 재주문 확률이 높았다.
이용자의 64.3%가 ‘다시 주문하고 싶어진다’는 반응을 내놨다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외식업 전문가들은 “비대면 음식 주문이 활성화할수록 자영업자에게 친절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달앱이 대형 프랜차이즈의 위세에 눌려 있는 영세 음식점들에 활로가 되는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6월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누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수혜를 받는가: 외식 매출에 대한 플랫폼의 이질적 영향’에 따르면 음식점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월 매출이 이전보다 약 193만1556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앱의 효용성은 소규모 음식점일수록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배달앱 이용 전후를 비교한 결과 1분위 소규모 음식점의 매출 증가율은 97.6%로, 10분위 대규모 음식점(8.6%)의 11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엔 디지털 구전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입소문만 잘 나면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매출이 확 뛴다는 의미다.
배달앱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등장한 뒤 배달원 고용 등의 고정비 부담으로 배달영업을 하지 못한 많은 음식점이 배달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 마케팅과 배달의 외주화를 통해 조리에만 집중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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