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인류 발달에 물고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채집, 수렵, 고기잡이를 통해 육류 채소 어류라는 식량원을 마련해 왔다. 고대 도시문명들은 강과 바다를 끼고 발달했으며, 고기잡이를 통해 고대 인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식량과 단백질을 공급받았다. 이후 산업화 시대에도 네덜란드는 청어,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대구를 잡음으로써 경제 기반을 마련하며 크게 성장했다. 물고기가 없었더라면 인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물고기의 존재는 인류의 생물학적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3년 석학들이 모인 제3회 국제수산심포지엄에서는 지구가 6억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육지 유기체들의 성장에 필요한 미량원소들이 비에 씻겨 내려가 대부분 고갈됐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미량원소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누적됐고 인류는 두뇌 형성 필수영양소인 DHA와 미량원소를 수산물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해졌다. 수산물에서 합성된 DHA는 식물류에서 추출된 DHA에 비해 뇌 발달에 10배 이상의 효율성을 보인다고 한다. 태아와 유아기 뇌 발달 기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사고력 증진과 지능지수, 여러 정신질환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며 인류의 발달과 성장에 기여했다.
이런 인류와 수산물의 관계는 현재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후 변화, 바다 환경 오염과 남획으로 인해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육류와 대체식품의 등장으로 수산물 소비는 줄고 있다. 수산식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한 조사에서는 2021년 육류를 수산물보다 더 섭취하는 청소년 비율이 51.4%, 수산물을 육류보다 더 섭취하는 비율이 5.1%로 나타났다.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 선호도에서도 육류가 61.1%로 1위였고, 수산물의 기호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근 일본 원전사고 방사능 오염처리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에 수산물의 소비 기피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탓이다.
페이건 교수는 “No Fish, No Life”라고 말하며 수산물 공급과 소비가 감소하면 후손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산물이 식량원으로서 경제적·영양학적으로 인류 발달에 기여한 점을 생각해 보면 수산물 섭취문화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바다와 수산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미래 세대가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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