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보완 수사의 경찰 전담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개정안은 보완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하는 원칙을 폐지하고 검·경이 개별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사는 사건 수리 시점부터 한 달 안에 경찰에 보완 수사,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검사로부터 보완 수사 요청을 받으면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수사 기한도 규정했다.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검찰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권한이 있지만 횟수가 한 차례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송치 요구도 재수사 사건에 법리 위반, 명백한 채증법칙 위반, 시효·소추 요건 판단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은 혐의 유무를 명백히 밝히기 위한 재수사 요청 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경우도 송치요구 요건에 포함했다.
개정안은 또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해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하도록 했다.
검·경 일방이 요청하거나 공소시효가 3개월로 짧게 적용되는 선거 사건은 상호 협의를 의무화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송치 전 의견 제시·교환 대상인 중요 사건의 유형에 조직범죄, 대공, 정당, 정치자금, 노동, 집단행동 관련 사건을 추가로 명시하고 협의 대상으로 예시된 항목에 범죄수익 환수 조치도 추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축소된 검찰의 수사 권한을 현 정부 들어 어느 정도 복원하는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면서 검찰에는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2022년 시행된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을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다시 축소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독소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현 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일부 확대했다. 이번에는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검찰이 보완 수사, 재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수사 지연 및 부실 수사 등 부작용과 검수완박법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에 따른 국민 보호 공백을 현행 법률의 틀 안에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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