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인 경기 양주 회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A15블록)는 지하주차장 기둥 154개가 모두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단계에서 구조 계산이 누락돼 아예 전단보강근이 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부실이 확인된 단지의 정밀안전진단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설 방침이지만, 입주(예정)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전단보강근 누락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감리에서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며 “인천 검단신도시 사고와 같이 설계와 시공, 감리 등 모든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보강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의 감리 업체는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전관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LH 발주 현장에서 연이어 부실이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 조사하고,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을 주재하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했다. 관행적으로 남아 있는 안전불감증과 부실시공 관련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무량판을 적용한 지하주차장의 기둥 부위에 해당하고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부분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LH 발주 단지에 더해 민간 발주 무량판 구조 단지 100여 곳도 전수조사해 8월 결과를 공개한다. 원 장관은 “모든 아파트는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받아 근거 없는 불안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LH는 주민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외부 기관을 통해 안전진단을 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주민에게 먼저 상황을 설명한 뒤 외부 기관을 통해 정확한 하중 계산을 할 계획”이라며 “입주민의 신뢰 회복을 우선으로 해 모든 지적 사항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도 “보강 조치가 완료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한 치의 우려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부실 단지가 발표되면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보강 공사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주민들은 불안해서 주차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LH는 이날 오후 7시30분 파주운정 A34블록 주민설명회를 했다. 한 입주민은 “전국에 단지명이 공개된 뒤에야 LH 주민설명회 공고를 받았다. 불안에 떠는 주민에게 먼저 설명하는 게 맞지 않냐”며 “입주민 사이에 집단소송을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안함을 호소하는 입주민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보강 철근 누락 단지 거주자는 “국토부 발표 이후 주변에서 계속 연락이 온다”며 “부실시공한 단지에 사는 것도 두렵고, 이로 인해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까 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입주가 완료된 단지 중에는 오는 9월 30일까지 보강 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보강 조치를 끝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서기열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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