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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락장에 대비한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 포지션을 정리하고 현금화하는 ‘디그로싱(de-grossing)’이 약 2년 반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의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부는 지난주 자사 고객으로 있는 헤지펀드들의 디그로싱이 2021년 게임스톱 사태로 대규모 숏스퀴즈(주가 상승을 예상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 제한을 목적으로 주식을 다시 매수해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일어났던 때만큼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모건스탠리의 헤지펀드 고객들이 최근 한 주간 단행한 디그로싱도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의 고객들도 지난 14주 중 12주 동안 포지션 청산에 나섰다.
디그로싱은 헤지펀드나 기관투자자 등이 롱(매수)이든 숏(매도)이든 주식 포지션을 정리하고 현금화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JP모간의 존 슐레겔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랠리는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불문하고 주가가 더 오를 거란 기대가 사라지고 있는 데 따른 광범위한 디그로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랠리를 지속해 온 주식시장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두 달을 제외하면 매월 상승세를 지속해 28%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순항한 덕분이었다. 헤지펀드들의 순레버리지(매도 대비 매수 포지션 비율)은 지난 5년 대비 80%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아진 상황에서 증시 불안 요인이 생기면 곧바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S&P500지수가 하루에 5%씩 하락하면 일주일 후 주식시장에서 1800억달러(약 230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가 중개하는 헤지펀드들의 주식에 대한 넷익스포저는 49%에서 47%로 낮아진 상태다. 골드만삭스가 추적하는 롱숏펀드의 수익률은 9일 연속 시장 수익률에 못 미쳤는데, 이는 2017년 1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에릭 바우처 공동 영업 책임자는 “사람들은 강세장에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거시 경제 측면에서 모멘텀이 사라질 경우 채권 디폴트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잠재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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