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인 DB하이텍이 최근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서울대 공대생 잡기에 나섰다. 일부 지원자가 나왔지만, DB하이텍 내부에서는 불안감도 크다. "조만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떠나는 거 아닐까"라는 우려에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최근 '서울대 입사 연계 산학 장학생'으로 3명을 선발했다. 서울대 전자·재료공학부 4학년 1학기 이상 재학생과 서울대 소자·공정·설계 연구소 재학생(학기 무관)만 지원이 가능하다. 10명 정원을 계획했지만, 예상보다 채용 규모는 적었다. 하지만 이 회사 안팎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로 글로벌 10위 업체다. 이 회사의 연계 산학 장학생 프로그램은 파격적 조건으로 일찌감치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선발되면 등록금 전액을 실비로 지원하고 채용도 확정된다. 여기에 매달 학업 격려금으로 학사는 월 100만원, 석사는 월 200만씩을 지급한다. 연간 최대 1000만~2400만원의 학업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
DB하이텍의 학업 격려금은 비슷한 채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해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나빠진 실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여건이 덕분에 3명 안팎이나마 선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B하이텍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공대생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선발한 서울대 공대생들이 장기 근속할지에 대해서는 안팎으로 의구심이 크다. DB하이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서다.
DB하이텍의 선발 장학생의 경우 입사 후 학업 격려금 수혜 기간(1학기=6개월)의 2배만큼을 회사에서 근무해야 한다. 입사를 포기하거나 중도 퇴사할 때는 학업 격려금을 하루치씩 계산해 반환해야 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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