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의 철거 사업권을 두고 원주민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토지를 수용당한 이들은 생계를 위해서라도 철거사업을 주민단체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GH는 안전 문제를 내세워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립 장기화로 지장물 철거 작업이 중단되면서 2028년으로 예정된 입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철거 공사가 지연되면서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GH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개정안은 50만㎡를 넘는 공공주택을 짓는 프로젝트에서 사업자가 주민에 대해 각종 지원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분묘 이장, 수목 벌채, 지장물 철거 등 지구 조성과 관련된 수익사업을 지역민 단체에 맡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으로 토지를 수용당하게 된 원주민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강제성이 없는 조항이지만 시행령 개정 이후 원주민들은 올초 하남교산주민단체생계조합(단체조합), 하남교산지구주민생계조합(지구조합)을 결성해 각각 LH와 GH에 지장물철거공사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LH 시행 지구(남측) 주민 모임인 단체조합의 안종열 조합장은 “일부 철거사업을 LH가 단독으로 발주해 반발했으나 지금은 원만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주민단체가 철거면허 등 적격 자격을 획득한다면 사업권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GH가 법에 명시된 주민 지원책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은 “LH는 주민에게 철거권을 주고자 하는데 GH는 일어나지도 않은 중대재해법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H는 조합과의 협의에서 지구 내에 조성될 창업지원센터 등 공공건축물 관리용역을 맡기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조합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시행하는 남측 지구와 GH의 북측 지구 지장물 등의 철거 사업은 각각 300억원,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권 때문에 대형 공동주택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지구조합 관계자는 “철거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마을회관 등 원주민이 고향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H 측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취지에 공감하고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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