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와 크리스토퍼 캘러헌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올해 발생한 엘니뇨로 세계 경제에 3조5000억달러(약 448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피해액 중 약 8%인 3000억달러가 남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국가들의 기간산업인 농어업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콜롬비아 금융회사 코르피콜롬비아나는 올해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7%포인트, 1.6%포인트,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엘니뇨란 적도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웃돌면 ‘강한 엘니뇨’, 2도를 넘으면 슈퍼엘니뇨로 분류한다. 세계기상기구(MWO)는 7월 6일 엘니뇨가 4년 만에 발생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엘니뇨는 1차적으로 어부들에게 치명적이다. 남극에서 출발해 남미 대륙 서쪽 앞바다를 타고 적도 방향으로 흐르는 훔볼트해류에는 영양분이 풍부해 멸치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어류가 서식한다. 온도가 차갑게 유지되던 훔볼트해류가 엘니뇨로 인해 따뜻한 해류에 밀리면 어획량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진다. 페루 컨설팅회사인 손앤어소시에이츠는 페루의 올해 어획량이 전년 대비 19.3%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콜롬비아에선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국가의 전력 생산은 수력발전에 70%를 의존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저수지에 저장해 둔 물이 전체 용량의 65%에서 44%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110%가 넘는 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선 2022~2023년 대두(콩) 수확량이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뭄으로 콩 수출수익이 180억달러 넘게 쪼그라들었다고 발표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남미 지역 인플레이션은 한층 악화할 전망이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남미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엘니뇨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하면 긴축적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해 안정적 성장을 유도하려던 남미 중앙은행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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