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켐비’ 공동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부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에 성공하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글로벌 판매망(바이오젠)까지 경쟁력을 갖춰 단번에 업계 선두권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1조원’ 美·유럽 판매망 노린 삼성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매각주관사로 에버코어를 선정하고 복수의 인수 후보와 접촉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삼성바이오에피스다. 바이오젠은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해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합작사로 지분을 공동 투자한 ‘10년지기 동맹 관계’다.바이오젠은 기대를 모은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 상업화 실패 후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1000여 명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주력 사업인 신경과학 및 생명공학 분야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관심 있는 복수의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젠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는 유럽과 미국 내 300여 명의 글로벌 의약품 판매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7억5100만달러(약 9600억원)로 1조원에 육박한다. 주요 판매 제품으로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을 비롯해 황반변성 등 안과 질환 치료제인 바이우비즈가 있다. 모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다. 중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테라솔루션의 악템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권도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매각 가격을 1조원 미만인 수천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직판망 구축으로 수익성 오를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문사 선정을 완료하고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유럽과 미국 시장을 책임질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바이오젠으로서도 10년간 협력한 회사여서 직원들의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에 인수 후에도 이탈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난해 매출은 9463억원, 영업이익은 2315억원이다. IB업계에선 인수에 성공할 경우 매출이 최소 1조3000억원대로 40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수익성도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시장에 총 7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고도 글로벌 판매망 부재에 따른 수익성의 한계를 겪어왔다. 특히 후발주자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현지 영업망을 구축해온 바이오젠과 오가논 등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지난달 24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는 오가논이 맡았다. 셀트리온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해외 직접 판매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인수 추진엔 바이오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려는 삼성그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사업은 삼성이 최근 3년간 미래 성장동력을 발표할 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전장(전자장비) 등 미래 먹거리 중 기존 삼성전자가 영위하지 않은 유일한 사업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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