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투자 광풍이 연이어 불면서 증권사들이 후폭풍 예방 조치에 바쁜 분위기다. 펀더멘탈보다는 기대감을 타고 가파르게 오른 종목들이 급락할 경우 ‘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를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해질 수 있어서다.
'포모심리' 자극할라…종목 리스트 제공 중단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전날부터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우수 이용자 전용 플랫폼인 ‘S.라운지’에서 투자 고수들의 국내 주식 종목 랭킹(순위) 서비스를 중단했다. ‘고액자산가가 선택한 종목’,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가상승률이 높은 종목’, ‘수익률 상위권 투자자들이 선택한 종목’ 등이다. 삼성증권은 기존엔 각 분류별로 상위 10순위까지 실시간 혹은 매일 종목 명단을 제시했다. 한상훈 삼성증권 영업전략담당(이사)은 “테마성 종목에 대한 뇌동매매나 추격매수를 막기 위해 랭킹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최근 일부 종목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변동성이 커졌기에 선제적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목록 대부분이 테마주에 편중돼 투자자들의 포모(FOMO: 뒤처짐에 대한 공포)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빚내서 살 수 있는 주식 규모도 조절…'빚투' 관리 속속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규모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빚을 내 테마주를 사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9조7865억원에 달한다. 신용잔고는 지난 4월 20조원을 넘어선 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하락세였으나 최근 테마주 열풍에 다시 20조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변동성이 급증한 2차전지 테마주 등에 대해 신규 신용거래를 아예 차단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지난 4~5월에 걸쳐 이른바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 신규 신용거래를 닫았다. 이들 종목에 대해 기존 신용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해선 만기 연장을 불허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도 세 종목에 대해 신규 신용거래를 허용치 않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S네트웍스 등 12개 종목에 대해 신규 신용거래를 중단했다.
레버리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용융자 보증금 비율을 올려잡는 증권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8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증거금 비율을 기존 45%에서 60%로 올렸다. 기존엔 450만원만 있으면 주식 1000만원어치를 사들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약 750만원어치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증권은 두 종목에 대한 담보유지비율도 각각 140%에서 150%로 높였다.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선 신용증거금 비율을 50%에서 60%로 상향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지난달 말 2차전지 관련 종목 상당수에 대해 신용증거금을 상향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투심 과열로 일부 종목만 거래량이 급증하자 내부에서 우려가 커졌다”며 “지난 4월 8개 종목 주가 폭락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레버리지 거래로 발생한 손실도 상당한터라 그와 비슷한 리스크에 대해 사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2차전지 테마주는 여럿 급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7.45%), 에코프로비엠(-5.80%), 금양(-9.08%), 포스코홀딩스(-5.80%) 등이다. 지난달 26일 장중 150만원까지 치솟았던 에코프로는 이날 111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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