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온다니,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붕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름 전 열린 공식 ‘한국 데뷔전’은 그의 진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정명훈 이후 주춤했던 서울시향이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임헌정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칠순의 노(老)지휘자는 지난 5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연주회 직전 이렇게 말했다. “영혼을 살찌운다는 점에서 예술도 음식이다. 먹는 거로 장난하면 안된다. 나는 ‘완벽한 연주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절대 봐줄 수 없다.”
임헌정은 그렇게 한경아르떼필과 열두 차례 연습했다. 통상적인 연습량의 세 배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합을 많이 맞춘 티가 났다. 이런 게 (관객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은 있지만 무성의했던 OO악단 연주보다 훨씬 좋았다”는 글이 온라인 클래식 카페에 여럿 올라온 걸 보면.
눈 밝고, 귀 뚫린 관객들에겐 이런 게 다 들리는 모양이다. 츠베덴과 임헌정이 ‘이 정도면 됐다’ 싶어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건 ‘철저한 준비’야말로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터다.
예술인이라면, 문화예술 종사자라면 마땅히 이런 사명감을 가져야 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습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많은 음악가가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해외 유명 작가 전시라고 홍보해 놓고선 프린트물과 영상물만 내건 ‘돈벌이 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열리고 있다.
‘관객에 대한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이런 공연·전시에 대해선 관객이 응징해야 한다. 엉터리 예술이 발붙일 땅을 없애야 진짜 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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