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는 많은 보 가운데 가장 굵고 튼튼하다. 위로는 중보와 종보를 받치고, 아래로는 기둥을 통해 무게를 분산한다. 들보와 직각 방향으로는 다양한 크기와 높이의 도리가 가로놓이는데, 보와 도리 위로 복잡한 구조물들이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마침내 맨 위의 마룻대(상량대)를 올릴 땐 상량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상량문을 마룻대에 직접 쓰거나, 종이나 비단에 적은 상량문을 마룻대에 홈을 파고 봉안했다. 오늘날 고건축의 창건·중수·중건 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상량문 덕분이다.
건축물 무게를 적절히 분산하는 것은 현대 건축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보를 생략한 채 기둥 위에 바로 슬래브를 올리는 무량판(無梁板) 구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주차장들의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 때문이다.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충분히 보강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기둥을 치면 대들보가 운다’(간접적으로 넌지시 말해도 알아들음)는 속담은 소리가 하중처럼 전달됨을 시사한다. 벽이 소리와 하중을 전달하는 벽식 아파트보다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가 층간 소음이 적은 것도 같은 이치다. 장점만 누리고 비용(보강 조치)은 내지 않은 게 문제다. 부실시공 전모를 밝히려면 ‘나의 아저씨’를 불러야 할까. 배우 이선균이 안전제일주의자 건축구조기술사로 나온 드라마 말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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