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위작 사건은 천 화백이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를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일. 그는 “내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위작임을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제작연도와 소장경위 등을 근거로 진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천 화백은 여인의 한(恨)을 환상적인 화풍과 색채로 표현해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다. 그는 20대에 두 번의 결혼 실패를 겪고 평생 네 명의 자녀를 혼자 기르며 생계를 책임진 아픔을 강렬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에 녹여냈다. 하지만 말년에 시련이 다시 찾아왔다. 천 화백은 위작 사건 이후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모든 고난과 구설에도 불구하고 천 화백은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여성 거장으로 꼽힌다. 2006년 작가가 남긴 회고는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예쁜 그림으로 인기에 영합하지도 않았다. 항상 미래지향적 소재와 화풍을 찾아 세계를 방랑하는 구도자의 삶을 살아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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