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를 이끄는 김은경 위원장의 '거친 입'이 연일 논란이다. 노인을 향해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고 칭했다가 여야 안팎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뒤에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태도를 보여 더욱 화를 키웠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설화의 파장이 큰 만큼, 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간 정치권 문법에 맞지 않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에 비유해 초선 의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노인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혁신위 청년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라는 아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합리적이다'고 평가해 뭇매를 맞았다. 혁신위 측은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에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노인 비하' 논란은 당내 반발을 샀던 과거 발언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노인층 유권자를 향한 것으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나마 혁신위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던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해서는 안 될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본인이 지금 해야 하는 역할과 기대되는 그런 게 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발언하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더욱더 강하게 김 위원장을 질타했다. 조응천 의원은 김 위원장에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나"라고 했고, 이상민 의원도 "몰상식하고 반상식적인 얘기"라고 개탄했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김 위원장을 감싸려고 나섰던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단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배 세대를 향한 그들의 적개심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엄중한 경고와 함께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며 "민주당 혁신위는 김 위원장 이하 전원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직으로부터의 사퇴는 물론, 혁신위를 스스로 해체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2일 "민주당의 집단이성이 붕괴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노인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라도 했지만, 지금은 사과도 없이 적반하장인 것을 보면 실수가 아니며, 노인은 국민의힘 지지자니까 폄하해도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본심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위가 반혁신 구태에 앞장서 혁신위가 실패했다"며 "이쯤에서 깨끗하게 사과하고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김 위원장이 민주당 혁신을 하랬더니, 아무도 생각치 못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국민 갈라치는 중"이라며 "변명한다며 자꾸 어르신들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좀 더 명확하게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혁신위는 흔들림 없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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