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경쟁 심화, 승자가 되기 위해선 ‘융합’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모니터 딜로이트]

입력 2023-08-02 09:49  

이 기사는 08월 02일 09: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OTT 플랫폼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개인적인 선호도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OTT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구독하고,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2년 미국 시장 기준 OTT 시청자 비율(34.8%)은 역사상 처음으로 케이블(34.4%)과 공중파(21.6%)를 넘어섰다.이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다수의 OTT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지만, OTT 시대로의 전환은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플러스(Disney+), 아마존(Amazon), Hulu(훌루)등의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주도하고 있다.

신규 OTT 플랫폼들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 내 경쟁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강자인 디즈니(Disney)와 워너미디어(Warner Media), NBC유니버설(NBC Universal)등의 기업들도 과감하게 OT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거대 OTT 플랫폼들의 기세 속에서 국내 OTT사업자(e.g. 웨이브 티빙, 쿠팡 등)들도 고유한 방식으로 시장에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미국 내 후발주자로 HBO맥스(HBO Max),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 디스커버리 플러스(Discovery+)등도 잇따라 OTT서비스 경쟁에 가세했다.

콘텐츠 소비자들에게는 플랫폼 선택 범위가 확대되어 더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OTT사업자 입장에서는 구독자 이탈에 따른 수익 제고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 서비스를 대표하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보더라도 구독자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0년 4분기 기준 구독자 수 2억 명을 돌파한 이후 구독자 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으며, 2022년 상반기에만 117만 명이 구독 해지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 또한 2021년 4분기 구독자 수 1억 명 돌파 이후로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21년 59% → ‘22년 38%).

딜로이트가 올해 4월 미국 소비자 2,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내 구독서비스의 해지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플랫폼 특성상 이용자들의 구독과 해지가 쉽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OTT 서비스의 단기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OTT 플랫폼 기업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다양한 구독 옵션(가격제 다양화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진입자 증가에 따라 콘텐츠 공급채널이 다변화되고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총량 자체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구독자들의 플랫폼 간 이동은 더욱 빈번해졌고, 이에 따른 구독자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다. 근본적인 대안은 OTT 플랫폼들이 미디어 이용자들의 특성에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참여, 방영권 동시 판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정립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국내 OTT플랫폼들도 콘텐츠 제작 투자가 크게 증가했으며,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OTT 자체 제작 콘텐츠로 각 플랫폼에 독점공개 되고 있어 신규 구독자 확보에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자되기 때문에 흥행 실패 시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이 없어진다. OTT플랫폼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아지고,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OTT 플랫폼들은 콘텐츠 확보와 제작비 절감을 위한 제작사와의 제휴와 협업 추진, 부가서비스 제공에 따른 유료옵션 강화, 광고요율 조정 그리고 서비스 지역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리스크 완화와 수익구조 개선을 시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인 구독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콘텐츠 확보와 제작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콘텐츠 투자 외에도 높은 수준의 마케팅 비용과 망 사용료, 앱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투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사업자들은 손익분기점에 빠르게 도달해야 하지만 단기간내 일정규모 이상의 구독자 확보는 어렵다.

이 때문에 OTT 플랫폼들은 흥행이 보장되고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며 안정적인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콘텐츠가 절실하다. 이 모든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가 ‘스포츠 중계’이다. 큰 비용을 투자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자체제작 콘텐츠에 비해, 프로스포츠 콘텐츠는 많은 팬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독점 제공의 경우엔 해당 플랫폼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스포츠 팬을 안정적인 구독자로서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OTT플랫폼들이 스포츠 중계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다. 스포츠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식하고 축구, 야구, 농구부터 UFC까지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마존(프라임 비디오)과 애플(애플TV)사가 미국 풋볼리그(NFL)와 메이저리그(MLB) 및 프랑스 축구리그와 같은 고부가가치의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고, 로컬 OTT 플랫폼사들 역시 자국의 인기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지난해 포뮬러원(F1) 중계권 입찰에 참여했지만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에게 갱신계약을 뺏기면서 중계권 확보 경쟁에서 물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셀러브리티가 참가하는 골프 대회를 기획하면서, 자체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기획 중인 이 행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 골퍼들과 포뮬러원 레이서들이 함께 참가하는 골프 대회다. 계약이 수순대로 진행될 경우 넷플릭스의 첫 번째 스포츠 생중계가 될 전망이다. 애플TV도 미국프로야구(MLB)의 주간 더블헤더 경기 독점 방영권을 가져갔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전 경기를 내년부터 10년간 전 세계에 독점 중계한다고 밝혔다.

한국 OTT 플랫폼사들도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이다. 쿠팡플레이는 손흥민, 이강인, 황의조, 김민재 등 한국인 선수들이 소속된 팀의 경기 중계권만 선별적으로 구매해 구독자를 늘렸다. 또한 2025년까지 K리그 온라인 독점 중계권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티빙도 스포츠 중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 예선 외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2023아시안컵, U-19아시아챔피언십,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 등 대표팀 경기 중계권을 확보했다. 스포티비나우(SPOTV NOW) 또한 2018-2019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중계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쿠팡플레이가 제공하는 경기를 제외한 EPL·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스포티비나우 OTT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상당수의 OTT 플랫폼들이 스포츠로 콘텐츠로 향해 가고 있다. 구독자들의 이탈이 빈번한 플랫폼의 한계와 포화되어 가는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발휘하는 눈부신 경기력과 현장의 응원 분위기 그리고 승리 혹은 패배, 비하인드 스토리 등 여러 스토리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실시간성 때문에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스포츠 중계 광고 효과를 노리는 광고주뿐만 아니라, 구독형 서비스가 대부분인 OTT에도 새로운 수익모델이 된다. 스포츠만이 가진 콘텐츠의 차별성이 OTT에게 수익 개선의 기회를 준 것이다. 콘텐츠의 차별화가 안정적인 구독자를 확보하게 하고 플랫폼을 지속시키는 동인임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고, 스포츠 콘텐츠로 확장된 시장은 다시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OTT 기업들은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스포츠 콘텐츠의 성공을 발판삼아 또 다른 영역에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와 자체 제작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OTT 플랫폼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소비자에게 ‘융합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OTT 기업들이 드라마/영화/방송 위주였던 플랫폼에 인기 프로스포츠 콘텐츠 중계를 도입한 것처럼,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를 여러 방식으로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구독자 이탈을 방지하고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모바일 게임’ 카드를 꺼냈다. 넷플릭스 멤버십 구독자는 특정 모바일 게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멤버십이 제공하는 가치를 넓히고 영상 콘텐츠와 게임 콘텐츠 간 시너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멤버십 구독자들은 지금의 넷플릭스를 있게 한 일등공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구독자들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융합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게임 콘텐츠 도입과 같이 이종 콘텐츠를 통한 융합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신규 유입 및 이탈방지를 유도하는 차원에서의 인수합병과 파트너십 체결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합병 성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7월 말 기준), 본 합병 추진 건은 OTT 플랫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과 전략적 파트너십 트렌드가 더 강화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전통적 미디어 기업, 통신 기업, IT 빅테크 기업, 연예 매니지먼트 기업 등 이종 산업에 속한 기업과 OTT 플랫폼 기업이 ‘합종연횡’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종국적 목표는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플랫폼의 영향력을 넓혀 나감으로써 고객이 경험하는 다양한 가치를 ‘융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치의 융합’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그 융합된 가치를 소비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업이 OTT 전쟁의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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