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구제 옷', 즉 리세일(resale) 패션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번개장터·중고나라 등 개인간(C2C)거래 플랫폼에서 구하기 힘든 인기 브랜드의 신상품·한정판을 찾거나, 중고 옷을 '가성비' 좋은 가격에 구매하는 게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리세일 시장 성장을 눈여겨본 기업들의 중고 플랫폼 투자도 활발하다. MZ 고객이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만큼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국내 신진 브랜드 중 하나인 '폴리테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폴리테루의 경우 브랜드 내 인기 라인인 '퍼티그'와 '블리치'의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번개장터 남성의류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다. 퍼티그의 검색량은 2295%, 블리치는 513% 폭증했다. 이 플랫폼에서의 올 상반기 폴리테루 거래액은 22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즈나 컬러를 잘못 사거나 핏이 맞지 않는 경우 제품을 환불·교환하기보다는 중고거래로 이를 해결하는 요즘 세대의 소비 문화도 리세일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신상품은 아니지만, 높은 인기 탓에 구하기 힘든 제품들의 중고 거래도 활발하다. '언더마이카', '떠그클럽', '산산기어' 등 인기 브랜드 제품의 경우 중고라도 웃돈(프리미엄)이 얹어진 가격에 사고 팔린다.
클래식 브랜드 제품도 중고로 많이 찾는다. 폴로·타미힐피거·라코스테 등이 특히 자주 팔린다.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중고로 해당 브랜드를 찾는 MZ세대가 많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번개장터에서의 폴로 거래액은 89억원이다. 건수로는 15만건이 넘는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유니클로'보다 460% 이상 높은 수치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고 플랫폼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는 지난해 2조3000억원을 들여 북미의 중고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에 앞서 손자회사 '크림'을 통해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시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유통사들도 오래 전부터 중고 플랫폼에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이후 SSG닷컴에 마련한 중고 명품관에 번개장터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더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1년 롯데쇼핑이 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장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지분 93.9%를 사모펀드와 공동 인수했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고 플랫폼 투자에 나선 건 리세일이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을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중고의류업체 '스레드업'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62%가 쇼핑을 할 때 중고제품을 먼저 검색해본다고 응답했다. 리세일 시장 규모도 증가세다. 전세계 중고 패션 시장은 지난해 1770억 달러(약 229조원) 규모로 집계되는데, 2027년에는 3510억달러(약 459조원)로 2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고 패션이 가성비·친환경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성향과 맞아떨어지는 만큼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한 만큼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을 선점해 일찍부터 접점을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Z세대를 필두로 최근에는 새 제품 10개를 살 때 2~3개는 중고로 사는 게 당연한 소비 패턴이 자리 잡힌 만큼 향후 4년 간 패션 중고 시장은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국내외 기업들 또한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션중고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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