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장 첫날 주가 상승 폭을 400%로 확대한 후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자 단타 투자자가 대거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증권제10호스팩은 지난 2일 마감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119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스팩의 일반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긴 것은 작년 4월 미래에셋비전스팩1호 후 1년4개월 만이다.
‘스팩 광풍’은 상장일 주가 제한 폭이 커진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 지난달 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이 상장일 공모가 2000원 대비 340% 오른 6810원에 장을 마감한 뒤 투자자들이 스팩 시장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상장한 SK증권스팩9호도 상장일 장중에 공모가 대비 최고 258% 오른 7150원을 찍었다.
지난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받은 유안타스팩14호, 하나스팩28호 등 다섯 개 스팩은 모두 1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1일 수요예측을 마감한 KB제26호는 경쟁률이 1302 대 1로 올해 공모한 스팩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 열기가 과열됐다고 진단한다. 공모 물량이 500만 주인 SK증권스팩9호는 상장 첫날 주가 상승 여파로 약 1억 주 거래됐다. 하루 동안 20회 넘는 손바뀜이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팩에는 가격 제한 폭 확대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 변경 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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