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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잇단 인력 유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쟁사 대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주요 사업을 책임져 온 고위직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면서다. 골드만삭스 측은 주기적인 인력 교체 작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베테랑들이 떠나면서 생긴 전력 손실을 메우려면 몇 년이 걸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골드만삭스의 파트너 세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두 명은 고위직 변호사인데, 모두 대형 헤지펀드인 시타델로 적을 옮겼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대체 투자 사업 부문 공동 대표를 맡아 온 마이클 코스터가 은퇴 계획을 밝혔다. 코스터는 골드만삭스에 25년간 몸담아 온 베테랑으로, 여러 직원의 ‘멘토’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줄리안 살리스버리 자산 관리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파트너 패밀리 오피스의 글로벌 헤드였던 리사 오포쿠, 디나 포웰 국부펀드 담당 헤드, 조 몬테사노 미주 지역 주식 담당자 등이 연달아 회사를 떠났다. 살리스버리는 미국 투자회사 식스스 스트리트에서 CIO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포웰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그렉 렘카우, 바이런 트롯이 세운 BDT&MSD파트너스에 합류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쟁력이 추락한 건 실적 부진에 따른 저임금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전?현직 직원들은 FT에 “지난해 소비자 대출 부문에서 손실이 났고, 이로 인해 낮은 임금을 감당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은행 내부에선 올해 상반기 실적 흐름을 고려할 때 당분간 임금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 경쟁사들이 고금리 환경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 동안 골드만삭스의 실적은 홀로 뒷걸음질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소매금융 비중을 줄이고 투자금융에 집중하는 전략이 실적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디지털 뱅킹 브랜드 ‘마커스’의 대출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핀테크 업체 그린스카이의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골드만삭스 측은 IB 업계에서 빈번히 이뤄져 온 ‘인력 회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직 사례가 재직 기간이 긴 이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2년 주기로 약 425명 규모의 ‘매니징 디렉터(MD)’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며 새 투자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회사를 떠난 고위직들은 전 세계 유수의 사모펀드, 헤지펀드로 진출해 끈끈한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골드만삭스의 ‘충성’ 고객으로서 골드만삭스의 영업을 돕는 식이다. 솔로몬 CEO도 이 네트워크 관리를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이들에게 독점 상품을 제공해 왔다.
토니 프라토 대변인은 “파트너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2년마다 80명이 이탈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정 규모의 턴오버(이직)가 예상됐고, 과거 패턴과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상장을 보류했던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등 경영 환경이 악화했던 과거에도 이 정도 인력 유출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에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있고, 20년 후 그들이 다른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고, 자연스러운 순환을 통해 생성되는 강력한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의 탈출 흐름은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력 공백이 예전만큼 빠르게 메워지지 않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골드만삭스의 지적 자산 손실을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가의 한 헤드헌터는 “골드만삭스의 고위직들이 내 연락에 이토록 호의적인 건 처음”이라며 “심지어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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