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4일 17: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이 보유한 초록뱀미디어 지분 약 4% 전량을 초록뱀컴퍼니에 매각했다. 원영식 전 초록뱀미디어 회장의 구속으로 풋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요건이 충족됐다.
롯데홈쇼핑은 지분 투자 이후 초록뱀미디어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액 대부분을 손실로 처리했지만, 결국 일부 이익을 거두며 발을 빼는 데 성공했다.
초록뱀컴퍼니는 4일 롯데홈쇼핑이 보유한 초록뱀미디어 주식 89만1583주(지분율 4%)를 27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3만291원이다.
이번 거래로 초록뱀컴퍼니의 초록뱀미디어 지분율은 기존 29.8%에서 33.8%로 높아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21년 11월 초록뱀미디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홈쇼핑 산업이 사양 산업화 되고 있었던 만큼 미디어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초록뱀미디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초록뱀컴퍼니를 상대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 행사 요건은 초록뱀미디어의 상장 유지 능력의 상실, 방송 프로그램 사업의 지속적인 영위 불가, 임원 관련 횡령·배임 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다.
원영식 전 초록뱀미디어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풋옵션 행사 요건이 충족됐다. 주가 조작 및 가상화폐 시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원 전 회장은 구속된 직후 초록뱀그룹에서 모든 직위를 내놓려고 퇴임했다.
이번 풋옵션 행사로 롯데홈쇼핑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피하게 됐다.
초록뱀미디어는 2021년 순손실 250억원, 2022년 순손실 505억원을 올리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롯데홈쇼핑이 기대했던 미디어 커머스 분야의 협력 사업 역시 좀처럼 진전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21년 말 253억원이었던 초록뱀미디어 지분의 장부가격은 작년 말 95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분법 손실 12억원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상차손 142억원 등을 반영한 결과였다. 올해도 초록뱀미디어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 추가 손실을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컸다.
초록뱀미디어 실적 악화로 주가 역시 하락세를 나타냈다. 2021년 11월 3만9000원(10대 1 주식 병합 감안)이었던 주가는 지난 6월 말 5400원까지 하락했다. 원 전 회장의 구속으로 6월 말부터 초록뱀미디어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다.
롯데홈쇼핑의 초록뱀미디어 주당 투자가격은 2만8040원이었다. 현재 주가대로라면 약 80%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풋옵션 요건이 충족되면서 오히려 약 8%의 수익률을 확보하게 됐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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