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주 4일제 하는 직장으로 가세요.” 지난달 7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웃으며 말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공무원 250여 명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주 4일제 도입을 부탁한다’는 장난 섞인 요구를 농담으로 되받아친 답이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웃음소리가 섞여 들린다. 홍 시장은 “공무원이 주 4일제, 에이… 그건 조금 그렇다”라고만 말한 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대구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에게 홍 시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볍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주 4일제 도입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 및 원격근무가 활발해졌다. 스타트업 등 해외 혁신 기업은 한시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했다. 사무실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다. 집중근무시간을 확보하고자 1분 단위로 업무를 점검했다. 불필요한 대면 회의를 없애고 출근 후 휴대폰 사용 및 SNS 접속을 차단했다. 잡담이나 가족·친구와의 연락도 막았다. 직원들은 이전보다 더 적은 시간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더 나은 경영 성과를 내야 생존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전제 조건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만 초점을 맞춘 주 4일제 도입 요구는 순서가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스타트업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세금을 내 공무원 월급을 주는 국민은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 조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하는 공무원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소방·경찰 공무원처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지만, 성과를 계량하기 어려운 직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의 효율성은 정확하게 평가돼야 마땅하다. 공직의 능률은 세금의 효율과 동행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국가별로 줄도 세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정부의 효율성은 38위를 기록했다. 2020년 28위에서 열 계단이나 추락했다.
특히 작년과 비교했을 때 재정적자, 국가채무 상황과 관련된 정부 재정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32위→40위)했다. 반대로 말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정부의 효율을 높이면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한 보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2019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미래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정부인력 운용방안’이다. 18개 중앙부처 본부인력의 24.8%인 3006명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주로 서무·민원, 회계, 예결산, 시스템 관리 등 반복적이며 창의성을 높게 요구하지 않는 업무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6·7급과 계약직의 대체율이 높았다.
그러니 만약 주 4일제를 원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 책상부터 AI를 탑재한 로봇으로 채우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우선 남들이 닷새 걸려 할 일을 나흘 만에 끝낼 능력이 있는 공무원은 민간에 필요한 혁신적 인재다. 딱딱한 공직보다는 유연한 스타트업이 어울린다. 다음으로 민원인은 AI가 가끔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가 쌓이면서 웬만한 공무원보다 상대하기 훨씬 나아질 것이다. 적어도 고의로 늑장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입장에서도 한 명의 공무원 인건비 월 544만원(2023년 인사혁신처 기준)을 아낄 수 있다. 앞서 논문처럼 공무원 3006명을 모두 AI로 대체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1962억원 이상의 세금을 절약한다. 정부의 효율과 국가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이다.
방금 말한 모든 게 조금 짓궂은 농담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시스템’과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우주항공청 등 공직사회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다 효율적인 정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공무원의 해고가 가능한 정도의 공직 개혁까지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니 진정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원하는 공무원들은 조용히 민간으로 이직하면 어떨까 싶다. 설명하고 나니 사실 농담이 아닌 진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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