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적은 순상환 기조로 전환됐다. 전기요금 인상, 실적 개선 등으로 한전채 발행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채가 다른 채권의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잠잠해지면서 공사채·회사채 시장의 수급 여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1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한전채 순발행액은 1월부터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1월 2조8000억원이 순발행된 이후 매달 줄어들면서 지난달에는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순상환 기조로 전환됐다.
한전채 입찰도 멈춘 상태다. 지난달 한전채 입찰은 한 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전기요금 인상과 발전 연료 가격 하락 등으로 한전채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한전은 자금 조달을 대부분 채권 발행에 의존했다. 올해 상반기 11조4000억원이 넘는 한전채를 쏟아낸 배경이다. 하지만 전력 판매가격이 구매단가를 넘어서는 역마진 구조를 탈피한 데다 석탄·천연가스 등 주요 발전 연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3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화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도 한전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됐다. 공사채와 회사채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달 공사채 입찰을 한 한국도로공사 한국장학재단 등은 각 회사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수급 환경이 개선되면서 공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공백 속에 금리 매력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우량 공사채는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며 “AA급부터 BBB급 회사채까지 무난하게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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