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랩톱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만에 번복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면 수입제한 조처를 했지만, 관련 제품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자 이를 유예한 것이다. 약 3개월간의 과도기를 두고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5일(현지시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틀 전 발표한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전날 취소하고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수입 제한 조치로 인해 시장 내 공급량이 감소해 제품 가격이 급격히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해서다.
인도 정부는 공지문을 통해 "수입 물품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정부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고, 정부 허가는 11월 1일부터 수입 승인 절차에 필요하다"며 "허가제를 도입한 건 국가 보안상의 이유와 인도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3일 인도에서 랩톱과 태블릿, 개인용 컴퓨터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제품 수입에 즉각적인 제한 조처를 내렸다. 이 조치는 랩톱 등을 판매하기 위해 인도에 들여오려는 회사나 법인이 정부 허가를 얻도록 했다.
인도의 전자제품 수입액은 매년 6%씩 성장하는 등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인도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6월 전자제품 수입액은 197억달러(약 25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 대다수가 중국에서 제조되고 조립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도에 출하된 노트북과 태블릿은 각 30%만 인도에서 조립됐다.
인도 정부가 수입제한 조치를 통해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둔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하도록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다각화하러 나섰다. 일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수입금지 조치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투자 유치를 위한 장려책도 확대했다. 지난 5월 인도 정부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인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할 경우 최대 1700억루피(약 2조 7000억원) 상당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인도 정부는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되는 광섬유에 대해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입 광섬유 가격이 정상 가격보다 낮게 인도에서 팔리는 것으로 확인돼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조치를 통해 인도의 주요 광케이블 제조사인 스트라이트 테크놀로지 등 인도 업체들을 보호·육성하려 나섰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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