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과거에도 신용등급이 강등된 국가의 정부가 해당 신용평가사에 보복성 조처를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유럽연합(EU)은 신용평가사의 ‘생명줄’인 신뢰도를 공격하고 나섰다. S&P가 2012년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용평가사는 대외비 정보를 모른 채 과거 정보에만 의존해 평가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후 EU 집행위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그리스 스페인 등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를 일시 중지했다. EU 역내 금융사에는 신용평가사 의존도를 줄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직접 ‘보복’에 나선 사례도 있다. 2011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S&P글로벌은 미국 정부의 조사와 소송 대상이 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국가신용등급 강등 전부터 S&P글로벌을 조사했다고 했지만, 보복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듬해 이탈리아 정부는 피치를 기소했다. 자국 신용등급을 부당하게 낮춰 유로존의 경제 위기를 유발했다는 혐의다. 당시 이탈리아 검찰 측은 “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가 보유한 ‘문화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며 “문화유산으로 인한 관광 수입을 배제한 채 신용등급을 부당하게 강등했다”고 주장했다.
신용등급은 국가 간 갈등도 부추긴다.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 다궁은 2018년 미국의 신용등급을 BBB+로 책정했다. 이는 콜롬비아 페루와 같은 수준이다. 회사 측은 부채비율을 근거로 들었지만, 시장에선 서방 신용평가사가 중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보복 조치라고 해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