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는 정작 IAA 모빌리티에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음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모터쇼 ‘GIIAS 2023’에 참가한다. 유럽, 미국보다 성장성이 높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최근 반도체 기업에도 잇따라 투자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 간 ‘업(業)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30년 이후 서버, 스마트폰과 함께 3대 응용처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635억6300만달러(약 82조6300억원)에서 2026년 962억3100만달러(약 125조1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다는 계획도 세웠다.
LG전자는 IAA 모빌리티 개막 전날인 다음달 4일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한다. 회사 측은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미래의 차량 내 경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도화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VS(전장)사업본부와 차량용 조명 자회사 ZKW, 부품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통해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VS사업본부는 전장 사업 수주 잔액을 지난해 말 80조원대에서 올해 말 100조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도요타와 더불어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준비 중이다. 동남아 전략 고성능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 X’ 등 신차를 최초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억7000만 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자동차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최근엔 반도체까지 직접 손을 뻗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차량용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 ‘보스반도체’ 등에 잇따라 투자하며 미래 모빌리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내년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선 수소 사업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모터쇼는 안 가도 가전쇼는 가는 모습에서 업역 파괴가 가속화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김일규/김익환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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