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은 ‘어떻게 떨어질 것인가’에 대한 탐구다. 중력에 가속도가 붙으면 최고 시속 90㎞에 이른다. 엄청난 힘을 이기며 다양한 점프와 트위스트를 한 뒤 최대한 물을 튀기지 않고 깔끔하게 입수하며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오직 높이, 그리고 우아하게 뛸 방법을 생각해보자. 공중에서 두 다리를 쫙 벌리며 뛰어오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발레의 대표 점프인 ‘그랑 제테’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희열을 가장 극적으로 표출하는 동작이다.
발레를 형용하는 특질로 ‘에테르(ethereal·천상의)’란 단어를 사용한다. 창공을 지칭하는 히랍어 ‘Æther’에서 파생된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심연의 혼돈 카오스로부터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닉스가 태어났고, 이들로부터 창공의 신 아이테르(Aither)와 낮의 여신 헤메라가 태어났다. 인간은 신이 머무는 창공을 열망해 왔고, 이런 정신은 발레에서 극적인 형식으로 발현됐다.
발레는 점프 연습을 아주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한다. 땅을 밀어내기 위한 근육의 힘을 키우고, 도약 및 착지 때 충격을 줄여주는 ‘드미 플리에’, 공중에서 가볍게 머무르는 ‘발롱’ 등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골격이 덜 자란 어린 나이에 큰 점프를 시키지 않는 절제다. 이런 훈련 끝에 그랑 제테가 완성된다.
그랑 제테는 두 가지의 힘, 즉 두 다리를 동시에 앞뒤로 벌리는 힘과 몸통을 높이 띄우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움직임이다. 둘을 제대로 해내기는 쉽지 않다. 가로와 세로의 움직임이 절묘한 균형을 이룰 때 마치 공중에 머무르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그런 환영을 만들어낸 무용수는 전설이 된다.
그 옛날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내려올 줄 몰랐다던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오늘날 점프로 유명한 무용수는 김기민이다. 마린스키발레단 주역 무용수인 김기민의 별명은 ‘플라잉 킴’이다. 그를 본 관객이라면 믿을 수 없는 높이로 뛰어오르는 ‘중력을 거스르는 점프’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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