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연이 발판이 됐을까. 김 교수는 문재인 정권 4년 차인 2020년 여성 최초로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올랐다. 정권 교체에도 부원장 중 유일하게 남아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이런 행동은 윤석열 정부와 각 세우기에 매달리는 야권 일각으로부터 “원칙대로 강단 있게 일한다”는 호평을 들었다.
그렇더라도 거대 야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까지 꿰찬 건 파격이었다. 운도 따랐다. 앞서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과거 ‘천안함 자폭’ 등의 발언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인물난에 시달린 결과였으니 말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이내 우려로 변했다. 설화(舌禍)가 이어졌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는 노인 폄훼 발언이 압권이었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사과를 미루다가 나흘 만에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그 자리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김 위원장 얼굴 사진을 손바닥으로 여러 번 후려치는 걸 지켜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오버 액션’이 약간의 동정을 부르며 수그러드나 싶던 ‘김은경 리스크’가 주말을 거치며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신을 시누이라고 밝힌 A씨가 블로그에 올린 가족사와 관련된 장문의 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이 18년간 시부모에게 악담과 협박을 했다’는 아찔한 내용이다.
틀어진 가족 구성원 일방의 주장일 수도 있어 현재로선 진실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해명도 소명도 없는 김 위원장의 처신은 공인으로서 아쉽고 부적절하다. 7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김 위원장 사태까지 수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혁신보다 ‘패륜 논란’으로 더 주목받는 혁신위의 현주소가 딱하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