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설립된 미래나노텍은 폴리에스테르(PET) 필름에 패턴을 가공해 광학필름을 연간 120㎢를 생산한다. 여의도(8.4㎢)를 14번 덮고도 남는 물량이다. 미래나노텍은 55인치 이상 대형 TV용 광학필름 분야 세계 정상이다.
이처럼 광학필름으로 명성을 떨치던 미래나노텍은 지난해 양극재 소재 업체인 미래첨단소재(옛 제앤케이)를 인수하면서 변신을 모색했다. 시장에서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미래첨단소재는 수산화리튬 가공이 주요 사업이다. 수산화리튬과 양극재 첨가제를 분쇄 가공한 뒤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에 납품한다.
지난 3일 충북 청주 오창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지난 몇 년의 변신 과정을 설명하면서 “회사가 2차전지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만큼 올해가 회사의 진로가 바뀐 원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래나노텍은 배터리 소재 기업 인수를 넘어 한·중 합작회사까지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중국 현지에서 허난켈롱뉴에너지와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5년 연 1만t 생산능력(매출 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나노텍이 투자한 한·중 합작회사는 전구체 사업이 핵심이다. 전구체는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핵심 재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료들을 섞은 화합물이다.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하며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규제 장벽을 낮추고자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서 손을 잡는 사례가 업계 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에서 주로 논의가 오가던 한·중 배터리 소재 합작기업 설립을 중견기업인 미래나노텍도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삼성SDI에서 디스플레이 부문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광학필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창업했다. 이제는 광학필름으로 거둔 성공을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2차전지 분야로 눈을 돌린 배경에 대해 김 회장은 “대형TV 시장이 더 커지지 않고 정체됐다”며 “2차전지 분야 사업이 커질 것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기술력이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나노텍의 2차전지 신사업 진출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미래나노텍은 2015년 당시 정부 주도 전기차 서비스 사업권을 보유한 비긴스를 인수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를 누비는 전기버스는 배터리가 탈부착 방식인데 배터리 교환 사업을 한동은 벌였다”며 “그때 버스회사들이 내연기관 방식을 버리지 않아 결국 접은 바 있다”고 돌아봤다. 과거 2차전지 관련 사업에서 ‘쓴 잔’을 들이켰지만, 미래 유망 분야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과감히 뛰어들었다.
미래나노텍의 지난해 매출은 4903억원, 영업이익은 97억원이었다. 광학필름 사업은 그대로 끌고 가면서 2차전지 소재에서 매출이 커지는 구조다. 김 회장은 “2025년이 되면 고객사의 생산능력이 4~5배가 늘어난다”며 “그러면 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주=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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