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영화 '바비'가 여성 감독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흥행수입)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하는 역사를 썼다. '바비'를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바비'가 개봉 셋째 주 한 주간 북미에서 5300만 달러, 그 외 세계 각국에서 7400만달러의 추가 흥행 수입을 올리며 총매출 10억달러를 넘겼다고 밝혔다. 미국 누적 매출액만 4억594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바비'의 흥행 성공으로 거윅 감독은 여성 감독 최초로 10억달러 클럽에도 들게 됐다. 거윅 감독이 '바비'를 연출하면서 거둔 수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매체 셀러브리티넷워스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 가치는 지난달 26일 기준 1200만달러(약 156억7200만원)로 추정된다.
출연 배우의 경우 '바비' 주인공인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각각 1250만달러를 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영화의 예산은 1억4500만달러다. 이를 감안하면 거윅 감독의 급여도 상당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워너브라더스 배급 담당인 제프 골드스타인은 "그레타 거윅 감독이 아니라면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인 '바비'와 그의 세계를 이렇게 재밌고 감성적으로 구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배우로도 활동했던 거윅 감독은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7)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고, 두 번째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거윅 감독은 이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CNBC와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으로써 연봉 협상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거윅 감독은 2020년 인터뷰때 "에이전시가 중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나는 항상 '그들이 준다는 것이 무엇이든 가져간다. 협상하지 않는다'라는 생각한다"며 "영화를 만들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 산업 내에서 더 많은 여성 감독이 필요하다"며 "여성에 대한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되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실제 그는 전작인 '작은 아씨들'에 이어 '바비'에서도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CNBC는 거윅 감독처럼 많은 여성이 임금 협상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채용 플랫폼 잡바이트(Jobvite)의 과거 조사에 따르면 여성 구직자의 급여 협상률은 26%로 남성 구직자의 35%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한편 올해 공개된 영화 중 누적 수익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3억5300만 달러)와 '바비' 2편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10억달러 클럽에 든 영화는 총 53편이다. 여성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로는 '겨울왕국', '겨울왕국2', 캡틴마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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