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공사비 15% '쑥'…분양가 더 오르나

입력 2023-08-07 17:47   수정 2023-08-16 17:20


지상 최고 58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주아파트의 3.3㎡당 공사비가 84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에서도 올해 착공하는 공사장은 3.3㎡당 800만원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철근·시멘트 등 건설 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원가 상승 폭이 커진 영향이다. 공사비 인상 요구로 사업이 지연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도 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은 서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만큼 공사비 상승분을 일반분양가에 반영해 분양가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3.3㎡당 공사비 800만원대 돌파
7일 여의도 진주아파트 정비구역 지정 공람공고문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3.3㎡당 공사비는 840만원, 일반분양가는 3.3㎡당 6300만원으로 추산됐다. 조합은 정비계획상 462.8%의 용적률을 적용해 기존 12층, 367가구에서 향후 58층, 557가구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만 해도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3.3㎡당 공사비는 700만원대였다. 용산구 한남2구역(조감도)과 종로구 사직2구역, 흑석2구역의 공사비는 3.3㎡당 770만원, 노량진1구역 공사비는 730만원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비강남권에서도 3.3㎡당 800만원대 공사비가 등장했다. 이날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은 구로구 보광아파트 조합은 3.3㎡당 공사비 806만원을 제시했다.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2차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3.3㎡당 공사비로 1차 입찰(650만원)보다 25% 높은 800만원대를 내걸었다.

공사비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건설공사비지수(6월 기준)는 2020년 119에서 2021년 131, 지난해 146, 올해 151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들어가는 건설 자재와 노무비, 장비비 등 직접 공사비를 가공한 지표다.

공사원가가 오르자 건설회사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경기 성남 산성구역재개발조합은 3.3㎡당 공사비를 445만원에서 641만원으로 올려달라는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등 시공사업단 요구에 계약 해지를 검토했다. 하지만 시공사 재입찰이 불발되자 3.3㎡당 629만원에 합의했다. GS건설은 부산 부산진구 촉진2-1구역의 3.3㎡당 공사비를 2015년 계약 금액(550만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987만2000원을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달 17일 시공사 선정 계약을 해지했다.
일반분양가 1년 새 13% ‘껑충’
정비사업 조합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추가분담금을 덜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청약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반분양가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건설사와 조합의 기대 분양가 차이가 3.3㎡당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분양가 인상 요구가 거세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6월 3.3㎡당 3192만7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21만원)보다 13.2% 올랐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자재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멘트 공급업체인 쌍용C&E와 성신양회는 7월분부터 t당 시멘트 가격을 11만9600원으로 14.1% 인상했다. 지난 1년 전(7만5000원)보다 59.4% 상승한 가격이다.

규제 완화도 분양가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도금 대출한도가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청약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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