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7일 오후 4시 27분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대해 “플랜B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이런 산은 측 분위기가 최근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에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사와 아시아나항공이 갖추고 있는 일부 미국 및 유럽 노선을 국내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도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에 제출하겠다고 이달 초 산은에 보고했다.
산은 경영진은 신중한 입장이다.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장거리 핵심 노선을 넘기는 건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업결함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방식의 합병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산은 측 생각이다.
대한항공의 대응책을 이행하더라도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허가를 내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쟁당국은 허가 이전에 독점 우려를 해소할 대책을 선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선조치 후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은 산은 경영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합병이 더 지연될 경우 현재 산은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산업계에선 산은이 주도하는 국가 주도의 기간산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항공업 구조조정에 앞서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조선업 ‘빅딜’도 EU 규제당국에 의해 좌초된 바 있다.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몰고간 해운업 구조조정도 대표적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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