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최다 인원 참가국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등이 철수 소식을 전한 가운데 각 국가 부모들의 비판적인 반응을 외신들도 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17세 아들 코리를 새만금 잼버리에 보냈다는 미국 버지니아주(州) 출신 크리스틴 세이어스가 인터뷰에서 "이번 잼버리에 참가하기 위해 코리가 6500달러(약 850만원)를 지불했다"며 "아들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은 "잼버리 참가비 마련을 위해 가족이 어떤 희생을 했는지 코리는 잘 알고 있다"며 "그 돈이었다면 다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영국 BBC도 '한국의 폭염으로 철수하게 된 영국 스카우트'라는 제목으로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철수 소식을 전하면서 자녀를 대회장에 보냈던 부모들의 목소리를 보도했다.
영국 북동부 지역에 거주 중이라는 한 여성은 "딸에게 좋은 인생 경험이 돼야 했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며 "참가한 딸 역시 더울 것이란 점은 예상했겠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샤워장과 화장실에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떠다니고 배수구가 막혀 '끔찍했다'고 말했다"며 "딸이 서울로 이동하게 된 사실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몇몇은 아이들이 조기 철수에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피터 날드릿은 "두 자녀가 (잼버리 캠프장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며 "아이들이 화장실 상태가 열악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15세 딸이 참석하고 있다는 셰널 스와퍼도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조기 퇴소로 인해서 모두 망연자실했다"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견딜 수 없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일정을 강행하기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새만금 잼버리 행사는 개막식부터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나왔고, 벌레 물림과 피부 발진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유행했고, 불충분한 시설과 썩은 달걀 보급 등 미숙한 운영으로 비판받았다.
열악한 영내 사정과 대회 내내 이어진 폭염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 생활을 견디지 못하면서 당초 대회에는 4만3000여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3만9000여명만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1500여명은 6일 야영지를 퇴소해 평택 미국기지 캠퍼 험스프리로 이동했다.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400여명의 청소년과 인솔자를 보낸 영국대표단도 5일 1000여명을 서울로 이동시킨 데 이어, 순차적으로 야영장을 떠났다. 영국 대표단은 서울 호텔 여러 곳에 분산해 숙박 예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마련될 때까지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서울에서 머무른다.
7일까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3개 국가 대원 6000여명이 조기 퇴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잔류한 잼버리 대원들은 전국 관광명소를 찾는 야외활동 중심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폭염을 고려해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며 관련 교통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시·도의 협조를 받아 90개 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해 스카우트연맹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세종썸머페스티벌'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사전 예약 없이도 무료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서울시티투어버스와 한강유람선 등은 최대 50% 할인한다. 야영을 원하는 대원을 대상으로 여의도 한강공원 일부를 숙영지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계종은 잼버리 대원들에게 전국 170여 개 사찰을 야영 또는 숙박 장소로 개방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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