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문자만 400통"…한 초교서 교사 2명 잇따라 사망

입력 2023-08-08 10:23   수정 2023-08-08 10:38


지난 2021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2명의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에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 사고'라고 보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대를 갓 졸업한 뒤 이영승, 김은지 교사는 같은 학교에 발령받았다. 4~5년 차가 된 2021년에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고 한다.

발령 한 달 만에 김 교사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으나 학교는 만류했다. 그리고는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냈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다. 이와 관련해 김 교사의 부친은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 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했고), 굉장히 전화 받는 걸 두려워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 교사의 부친은 "페트병 자르기를 하는데 어떤 애 하나가 손을 다쳤다. 학부모한테 또 시달렸다.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느니"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이듬해 휴직하고 군입대를 했으나,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는 입대한 교사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한다.

그가 한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00건에 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부모가 교사의 공개 사과를 해달라고 요청하며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새벽 그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25세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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