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꿈의 에너지' 핵융합

입력 2023-08-08 17:38   수정 2023-08-09 00:34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과 그 주위의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에 에너지가 가해져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 원자핵이 홀로 남는다. 이렇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한다. 초고온으로 가열돼 운동에너지가 높아지면 중수소와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척력(斥力: 밀어내는 힘)의 반발을 이겨내고 충돌해 핵융합을 일으킨다.

핵융합은 줄어드는 질량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와 같다. 핵융합은 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어 미래 무한 청정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1㎏의 연료로 1000만㎏의 화석연료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공 핵융합의 관건은 초고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태양에서는 초고온·고밀도 상태에서 핵융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인공 핵융합은 연료를 넣고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 뒤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데, 이를 ‘토카막(tokamak)’ 방식이라고 한다.

한국의 핵융합 실험장치인 ‘케이스타(KSTAR)’가 이런 방식이다. KSTAR는 2021년 1억 도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해 세계 기록을 썼다. 플라즈마를 항시 가동하려면 1억 도를 300초가량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2026년 300초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의 또 하나 방식은 ‘관성 가둠’이다. 초소형 구슬에 수소를 넣고 초강력 레이저를 발사, 초고온·초고압을 형성해 수소 원자핵을 강제로 융합하는 식이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이런 레이저 빔을 쏘는 방식으로 7개월 만에 핵융합 점화에 다시 성공, 순(純)에너지를 생산했다.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일종의 무한동력으로, 핵융합 연구에 이정표로 평가된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아 갈 길이 멀다. 어떤 방식이든 인류에 청정에너지를 무한 공급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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