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방면으로 연장되는 서울지하철 5호선의 역(驛)을 어디에 설치해야 하느냐를 두고 인천시와 경기 김포시가 다투고 있다.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쪽을 최대한 많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노선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김포시는 출퇴근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서울로 ‘직통’하는 노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총사업비 3조원이 드는 5호선의 경기 서부 연장사업은 최근 ‘지옥철’ 실신 사태가 빚어진 김포골드라인(김포 경전철) 혼잡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단으로 꼽힌다.
5호선 서부 방면 연장은 인천·김포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지역주민의 숙원이다. 2003년 2기 신도시 조성 때부터 추진됐지만 진전이 없었고, 20년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김포골드라인이다.
2018년 정부가 인천 계양지구 등의 3기 신도시 조성을 발표하면서 사업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9년 말 대광위는 비전2030에 5호선 연장 계획(당시 명칭은 김포한강선)을 처음으로 공식 포함했다. 서울 방화역에서 고촌(김포)~풍무(김포)~검단신도시(인천)~불로(김포)~장기(김포)를 잇는 약 23㎞ 구간이다.
문제는 형태다. 인천시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검단에 최소 3개 역을 설치하는 ‘U자’ 노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향후 인천지하철 1·2호선과의 연결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2기 신도시 중 광역철도망이 없는 건 검단이 유일하다”며 “계획인구가 21만 명에 달하는 검단 수요를 맞춰야 5호선 연장선도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콤팩트시티가 완공되면 종점부인 한강신도시 주민은 10만 명대로 늘 것”이라며 “인천시 주장대로 검단 3개 역 이상을 정차한다면 종점부인 한강신도시 주민은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데만 40분 이상 걸리게 되고 결국 5호선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광위 중재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주민 간 갈등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홍철호·박진호 국민의힘 김포시 갑·을 당협위원장은 최근 “5호선 연장선이 원안(김포시 요구안)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생명을 이 문제에 걸겠다고 했다.
검단지역에서도 ‘U’자를 더 깊게 파야 한다는 남부 주민 의견(검단신도시총연합회)과 얕게 파야 한다는 북부 주민 의견(검단신도시연합)이 대립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갈등이 당분간 곳곳에서 폭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갈등 중재를 위해 꾸린 대광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3호선 연장선과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 각 노선에서도 역사 위치를 둘러싼 ‘핌피(PIMFY: 이익이 되는 걸 자기 구역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3일 경기 수원·성남·화성·용인시 등 네 지자체는 1억원씩을 내 ‘서울 지하철 3호선의 경기도 연장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궤도에 올라 역 위치를 정할 시점에는 이들 지자체끼리도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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