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같은 클래식 축제…그래서 번스타인이 필요했다"

입력 2023-08-08 18:58   수정 2023-08-09 00:41

“올해의 ‘클래식 레볼루션’은 불꽃놀이 축제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레너드 번스타인을 메인 테마로 준비한 이유이지요.”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이자 지휘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안드레아스 오텐자머(34·사진)가 미국 작곡가 번스타인(1918~1990)의 음악을 들고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3 클래식 레볼루션’을 통해서다. 롯데문화재단이 올해로 네 번째 개최하는 클래식 레볼루션은 해마다 작곡가 한 명을 선정해 그의 음악을 집중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부터 음악감독을 맡은 오텐자머는 번스타인을 내세웠다.

오텐자머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1일 오프닝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은 축제의 시작을 빵하고 터트리는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축제를 기쁨과 즐거움으로 이끌어 가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며 관객과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음악 교육자로 20세기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전통적인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축제 기간에는 번스타인의 오페라 캔디드 서곡을 비롯해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심포닉 댄스’ 등이 연주된다. 번스타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 중 한 명인 브람스 작품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오텐자머는 번스타인과 브람스 곡에 녹아 있는 ‘민속 음악’에 대한 경험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공통 분모는 민속 음악”이라며 “번스타인은 쿠바의 리듬과 재즈에서 영감을 받았고 브람스는 헝가리 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브람스는 헝가리를 여행하며 들은 민속 음악을 악보에 넣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오텐자머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주변 인물까지 두루 살폈다. 번스타인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말러의 곡을 비롯해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슈만 등의 작품도 선보이겠다고 마음먹은 배경이다.

축제 기간에는 7개 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11일 개막공연에 나서는 서울시향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12일 성남시향, 13일 한경아르떼필, 17일 인천시향, 18일 수원시향, 19일 KBS교향악단, 20일 경기필하모닉이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플루티스트 김유빈, 피아니스트 신창용·윤홍천 등이 참여한다.

오텐자머는 스물두 살이던 2011년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클라리넷 수석으로 선발됐고, 2013년 클라리넷 연주자로는 최초로 도이치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했다. 미국 하버드대 장학생 출신으로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그는 유명 음악가 집안을 배경으로 뒀다. 아버지(에른스트)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수십 년간 활약했고, 형(다니엘) 역시 아버지를 이어 연주하고 있다. 190㎝ 큰 키에 수려한 용모로 패션 모델을 제안받기도 했다고 한다.

김보라/최다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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