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도 모바일로…檢 '서류 보따리' 사라진다

입력 2023-08-08 18:50   수정 2023-08-09 00:44

앞으로는 법정에서 검사들이 비단 보자기에 수백 장의 문서를 싸들고 오는 대신 태블릿PC 하나만 들고 나타나는 모습이 일상화될 전망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모바일 기기로 집행되고 참고인 조사도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세계 최초로 모든 형사사법 절차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의 본격 도입에 나서고 있어서다. 검찰은 새 킥스 도입으로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건 관계자들이 사건 기록을 더욱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檢 디지털 시대’ 임박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오는 10월 차세대 킥스 통합 테스트에 들어갈 계획이다. 차세대 킥스는 검찰·경찰·해경 등이 구축 작업에만 1500억원을 투입한 디지털 야심작이다. 킥스는 형사사법기관들이 수사·기소·재판·집행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와 문서를 연계해 공동 활용하게 하는 전자 업무관리 체계다.

시스템 개발을 맡은 LG CNS 관계자는 “검찰·경찰·법원·법무부 등 사법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형사사법서비스를 한곳에 통합해 전면 전자화가 가능하게 했다”며 “세계에서 전례 없는 디지털 형사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차세대 킥스가 정식 운영되면 형사사법 절차의 100% 디지털화로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업무 능률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검사들은 재판에서 혐의 내용과 각종 증거 등을 담은 수사 기록을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판사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비단 보자기에 대량의 수사 기록을 싸서 법원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및 집행 과정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요청하기 위해 검찰에 인쇄물을 들고 오는 장면 역시 사라질 전망이다. 참고인 조사도 화상통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참고인이 해외에 거주하거나 경미한 수준의 조사만 필요로 할 때는 검사가 이 같은 조사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기록 확인도 한결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의자가 전자서명으로 조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기소 이후 재판받을 때도 접근권한만 인정되면 언제든 전자 기록을 보고 복사할 수도 있다.
종이 사라지고 동영상 활용 늘어날 듯
이 같은 변화는 검찰과 법원에서 종이 문서를 주고받는 데 투입되는 비용도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검찰과 법원에선 연간 약 180만 건씩 발생하는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사건 하나당 수백~수천 장 분량의 수사 기록이 작성된다. 지난 5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한 곳에서만 8억8700만원어치의 종이가 소비됐다. 인쇄와 복사, 서류 전달에 상당한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차세대 킥스가 전면 도입되면 그동안 소프트웨어 노후화 문제로 전송하기 어려웠던 동영상 자료 활용도 한결 용이해질 전망이다. 차세대 킥스에선 블랙박스나 CCTV에 찍힌 대용량 동영상 파일을 증거 자료로 등록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선 수사환경이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지만 현재 킥스로는 대용량 동영상 파일 한 개도 전송하기 어려워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검찰이 법원에 동영상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한국 검찰의 차세대 킥스에 주목하고 있다. 차세대 킥스의 장점을 자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디지털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일본 검사들이 차세대 킥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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